나의 커피 사랑 - 금산신문

나의 커피 마시기는 이제 일상의 삶이 되어 버렸다.

식사하고 나면 한잔, 사무실에 손님이라도 오시면 또 한잔, 그렇게 마시는 커피가 하루 평균 4잔 정도는 마시는 것 같다.

지금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여건이 되어 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설령 셀프(self)긴 하지만 자판기 커피를 제공하고 있고 대중이 모이는 기차역이라든가 버스 터미널, 고속도로 휴게소, 기타 대형 상가 휴게실엔 커피 자판기가 놓여 있어 쉽게 커피를 만날 수 있고 저렴하게 마실 수 있어 좋다.

그만큼 커피가 대중화 되고 일상화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커피가 대중화 된것은 그리 먼 옛날 얘기가 아니다.

자동 판매기가 확산되고 냉·온수가 동시에 제공되는 정수기와 1회용 커피mix 가 판매되면서 쉽게 커피를 주변에서 마실 수 있게 되었다.

그전만 해도 커피는 대중화되지 못했다. 식당에서는 보리차나 숭늉으로 후식을 대신했다. 일회용 커피믹스가 판매되기 전에는 커피 따로 설탕 따로 프림 따로 준비를 해야했고 별도로 물을 끊여야 하는 수고 때문에 커피향을 즐기기보다 준비하는 수고가 더 고충스러웠는지 모른다.

내가 커피를 처음 마셔본 것은 고등학교 때이다. 그 당시 시골에는 커피가 없었다. 값도 고가일뿐더러 그 진한 향기의 참맛을 모르고 있었던 시절이다.

월남전이 한창인 시절. 동네에서 월남전에 참전한 사람이 귀국시 지참한 미군용 C-레이션에서 커피를 주어서 학교 시험기간 동안 졸음을 쫓을 목적으로 타서 먹었던 것이 내가 커피를 마신 최초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당시는 그저 쓴 기억만이 남아있다. 커피의 향기나 그윽한 맛은 느낄 수 없었다. 졸음을 쫓는다기에 먹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후 진정으로 마신 커피는 대학입학후였다. 학교주변에 다방이 많았다. 음악도 틀어주고 희망곡도 받아주는 DJ가 있었던 시절이다.

조명도 흐릿하고 좀 지저분했던 다방. 담배연기 자욱하고 다방레지라고 부르던 젊은 아가씨들이 커피를 날라다 주던 시절. 커피의 참맛도 모르고 그저 방황하던 젊은 날의 고뇌를 다방에서 풀었다.

하지만 커피 값은 학생시절에 그리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특별한 만남이나 모임이 아니면 다방에 가기도 두려웠다. 그러다가 군복무를 마치고 회사에 입사하면서 커피마시는 기회가 점차 늘어가고 커피의 진한 향기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당시 사람들과의 만남의 장소는 늘 다방이었다. 핸드폰도 없던 시절. 기다림과 만남의 장소는 다방이 제격이었다.

조금 늦을 수도 있고 만나서 긴 시간 대화도 나눌 수 있어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 커피가 완전 대중화되면서 모두가 즐기는 기호식품이 되었다. 나 자신, 스스로 생각해도 커피에 중독된 듯한 느낌이다.

중독? 글쎄 중독이란 단어는 도박이나 마약같은데 쓰는 말인가 싶지만 스스로도 모르게 마시고 싶고 식사 후 마시지 않으면 괜히 허전해지는 것을 보니 중독이라고 써도 괜찮을듯 싶다. 식사후 커피 한잔하고 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개운하다.

그리고 정신도 맑아지는 느낌이다. 나는 자판기 커피맛에 익숙하다보니 비싼 원두커피, 미국의 「S」사 같은 비싼 커피는 즐기지 않는다. 스스로 중독되었다고 했지만 진정한 커피맛을 모르는 비 매니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맛에, 그 향기에 취해 커피를 즐긴다. 그래서 해외여행이라도 가면 늘 1회용 믹스 커피를 챙긴다. 돈도 절약되고 입맛에 맞고 일거 양득 아닌가! 작년에 중국여행을 가보니 1회용 믹스커피를 한국 돈으로 한잔에 500원씩 받고 팔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한국 사람들이 찾았기에 그 맛에 대응을 했을까 하는 약삭빠른 중국인들의 상술을 느낄 수 있었다. <br /> 덕분에 나도 한잔 마실 수 있었다.

커피에 대한 건강 유해론은 지금도 의사와 학자들 사이에서 찬/반이 분분하다. 몸에 해롭다는 학자가 있는가 하면 하루 몇 잔 이하는 건강에 도움을 줄수 있다는 학자도 있다.

커피 반대론자들은 공통적으로 커피가 불안과 흥분, 그리고 경련과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찬성하는 사람들은 커피속 카페인이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정신을 맑게 해주고 퇴행성 질환과 상당수 암, 신장쪽에 도움을 준다고 강변하고 있다.

찬/반이 분분하니 어느 쪽에 더 점수를 주어야 하는지 본인은 잘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람마다 체질·건강·생활습관에 따라 달라지는듯하다. 몇년을 하루에 몇잔 이상씩 마셔도 문제가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저 즐기는 기호식품. 하지만 담배나 술 종류와 커피는 전혀 다른듯 하다. 비교 대상이 아니다. 개인이 즐기는 기호식품이기에 자기의 체질과 몸에 이상이 없다면 스스로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리라.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이탈리아 한 대학에서 커피를 모의 재판에 회부했는데 “적당량의 커피는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요즈음은 커피 종류도 다양하고 커피 전문점도 경쟁적으로 늘어난다.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커피관련 용품이나 기구들도 정말 다양하고 예쁘게 만들어 졌다.

일본의 한 커피 전문점에서는 스스로 찻잔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 만큼 많은 디자인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커피 맛도, 향도 중요하지만 분위기에 걸맞는 커피잔도 한몫 할 수 있다는 증거다.

이렇게 추운 겨울날. 분위기 괜찮은 어느 카페에서 장작불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를 두고 따끈한 커피 잔을 두손으로 감싸고 호호불며 마셔가면서 그리운 사람과 사랑과 인생을 논하고 때로는 예술을 얘기하면서 마시는 커피. 생각만 해도 그 향에 취해 버릴듯 하다.

삶의 고뇌를 잠시 접어두고 그저 커피 향에 취해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산수 풍경을 감상하면서 그저 잠들고 싶은 여유로움을 꿈꿔 본다.

유럽에서는 좋은 커피란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키스처럼 달콤한 것이라고 했단다. 커피! 나는 그 오묘한 향이 너무 좋다.

그리고 따뜻함이 전해오는 커피잔의 온기도 좋다. 입속에 머무는 부드러움도 좋다. 마시고 난후 머릿속에 남는 해맑은 정신도 삶에 여유를 준다.

그런 유혹이 나를 자꾸 커피의 늪으로 빠져 들게 만든다. 생각난다. 커피한잔. 다시 한잔 마셔야 할까 보다.

부드러운 향이 머무는 따끈한 커피 한잔을…가끔 산에 오른다. 맑은 공기도 마시고 다리에 근력도 키우고 주변 길에서 만나는 잡목들의 생태도 관찰하고 놀란듯 날아 오르는 새들의 모습도 구경하면서 서두름 없이 오르는 산길.

정상에 오르면 저 아래 산하를 바라보며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 한잔의 맛. 그 향에, 그 맛에 산에 오르는지도 모른다.

입가에 남는 커피의 부드러움. 그리고 맑은 공기.시원한 바람, 숲속의 오솔길. 바람에 일렁이는 낙엽들. 응달에 남아있는 잔설. 그리고 물길을 얼려버린 얼음덩이들. 바람에 우는 앙상한 나뭇가지 소리. 모두가 산길에서 만나는 것들이다.

커피! 이제 너는 내 곁을 떠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단다.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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