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모님’과 ‘마빡이’ -
요즘 공중파 3사가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인기프로그램 중에 개그 프로그램이 있다
이 개그라는 장르는 주로 젊은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고, 대부분 나와는 ‘코드’가 맞지 않아 좋아하는 코너가 별로 없어서, ‘사람이 만나서 서로를 이해하고 -누구 말대로- 코드가 통하려면 한사람이 농담을 했을 때 상대방이 같이 웃고 공감해야 한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벌써 ‘노땅’이 되어 젊은이들과는 ‘코드’가 맞지 않게 되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나이만 해도 구봉서, 배삼룡이 진짜 코미디언이었고, 개그와 코미디를 왜 구별해야 하는지, 또 어떤 차이가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구닥다리’인 것이다
그래도 그 중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김기사’인데, 지난 번에는 ‘사모님’이 머리를 다치는 시늉을 하면서 ‘나의 죽음을 웃찾사와 개그콘서트(줄여서 개콘)에 알리지 말라’는 멘트를 하는 바람에 나는 오랜만에 박장대소를 하고 웃었다.
하기는 개콘의 ‘마빡이’는 -나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고, 오죽하면 그 얼굴로 CF에까지 출연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일 것이다.
이 CF에서 ‘마빡이’는 고교생의 학습지도를 위해 광고하는 프로그램에서 ‘지금 공부하는 것에 따라 장래 남편의 얼굴이 바뀐다’며 머리를 싸매는 여학생에게 있어 끔찍한 얼굴의 남편상으로 출연한다.
그 광고가 수억 원의 돈을 들여가며 선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공부 못하면 장차 불행해진다’는 것일텐데, 과연 그럴까? 한번 생각해 보자.
- 우리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 -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너는 왜 공부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마빡이를 남편으로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 답도 물론 나올 것 같고, 경쟁심이 강한 학생은 짝꿍보다 더 좋은 성적을 얻고 싶다는 대답도 있을지 모른다.
‘행복은 그렇지 않을지 모르지만 성공은 성적순이기 때문(과연 그럴까)’일 수도 있고, ‘젊어서 잠깐의 공부하는 어려움의 대가로 성공한 인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는 명언을 남긴 학생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내가 왜 공부를 하는지, 또 공부란 것을 내가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고 있었다.
‘수삼시장에서 삼장사(혹은 농사)를 하려는 것이 나의 꿈인데, 왜 내가 골치 아프게 통계와 표면장력을 알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갖지 않았다면 그 학생은 부모에게 효도하는 대단히 착한 자식이든가 아니면 아무 생각없는 아이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우리는 맹목적으로, 아니 종교와도 같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로 우리의 자식들에게 공부를 조금이라도 더 시키려고 무진 노력을 하고 있고, 금산과 같이 인구가 줄어드는 농촌에서는 심각한 사회현상의 하나로 ‘교육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나 자신을 비롯한 우리는 ‘내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 부모로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고, 어쩌다 내 자식이 공부를 하지 못하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면 주위 사람들에게 마치 부모 노릇을 하지 못한 것 같은 평가를 받아도 할 말이 없는 것이 작금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부모의 자식에 대한 애프터 서비스가 대학 졸업은 물론, 취직과 결혼 후에까지도 연결되어 자신의 노후걱정을 차치하면서까지 자식의 장래를 위해 올인(all-in)하는 이상한 현상이 너무나 당연하게 통용되는 것 또한 우리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공부를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주자>는 데 있다.
마치 -탈무드에 나오는 격언대로- 어부가 자식에게 물고기를 먹이는 것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자식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듯이, 자식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닥치게 되는 어려운 문제를 스스로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자는 것이 바로 <공부>인 것이다.
운동선수가 평소에 체력을 길러 놓아야만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듯이, 우리는 기초가 있어야 다음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에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수학과 영어와 물리, 화학을 배운 것이다.
구구단만 아는 사람에게 보이는 세상이 있다면 미적분을 아는 사람에게는 더 높고 넓은 세상이 보이는 법이다. <br /> 물론 넓은 세상을 본다고 해서 세속적으로 사람들이 평가하는 성공의 기준인 ‘돈’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너무 많기는 하지만…
동창회를 하다 보면 학교 다닐 때 1등 했던 친구는 대학교수나 학교 선생님이 되어 조용히 뒷자리에서 웃고 있고, 뒷자리에서 거들먹거리던 친구들 중 일부(절대 전부가 아니다)는 사업을 통해 거금을 모아 기분을 내가면서 큰소리를 치는 장면을 우리는 보게 된다.
이렇듯이 세상 사는데 돈이 전부가 아니듯이, 공부 또한 그 스스로가 전부도 아닌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고, 또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열심히 사는 것일 텐데(조심은 했지만 또 개똥철학이 나오게 되었네) 나름대로 열심히 모자라는 것을 채워가면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고, 이 공부를 위해서는 공부를 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또 한가지, 세상은 잘난 강자(强者)도, 타협하는 협자(協者)도 아닌 적자(適者)만 생존하기 때문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아야 적응도 가능하기에 공부는 더욱 필요한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삼농사를 짓더라도 우리는 공부를 해야 좋은 농사꾼, 사회변화에 적응하는 농사꾼, 그리고 성공한 농사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키려고 하면 그들에게 공부하는 이유를 가르쳐주어야 하는데,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꿈’을 심어주는 것일 것이다.
- ‘김의웅 교육장과 ‘꿈’ -
지난 주 금산신문에는 김의웅교육장과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서 김교육장은 “2006년은 금산교육 도약의 해로 많은 사람들이 교육에 대해 공동으로 인식한 한해였고, 금산교육계는 올해 더 나은 교육혁신적인 공감대를 얻어서 교육 때문에 금산을 떠나는 사람이 줄고 같이 교육을 걱정하는 보다 발전된 도약의 해로 삼도록 노력하겠다.”며 기염을 토했는데, 나름대로 복안과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느껴졌다.
작년에 「또래체험 테마학교」사업을 설정하고 자기학교의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다른 학교의 또래들이 방문해 배우게 했는데, 이 사업은 풍물학교, 골프학교, 체조학교, 수영학교 등을 통해 학생의 재능을 탐색하고 다양한 분야의 예체능 프로그램을 경험하게 하는데 효과가 있었기에 올해에는 더욱 확대해서 대대적으로 펼칠 계획을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학생’이라는 용어 대신에 ‘교육수요자’라는 말을 사용하였는데, 이런 마인드야말로 금산교육이 발전할 방향을 작은 곳에서부터 정립하고 있다는 느낌을 나는 강하게 받았다.
김교육장은 또한 초등학교 교사 178명 중에서 123명이 수업연구대회에 참여한 것을 하나의 ‘사건’으로 표현하면서 교사의 자질과 실력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컴퓨터교육과 함께 컴퓨터를 통한 소위 e-Learning 교육과 금산교육청 영재교육원 운영을 통해 수학·과학 분야에서 창의력과 고급 사고력의 신장을 도모하였고, 학교운영위원회의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 운영위원들의 학교에 대한 애정과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하였다.
군북초와 남이초의 성공사례를 들어가며 교육의 내용과 시설이 동시에 발전되는, 말하자면 ‘교육의 균형 발전’을 강조하면서 외국어 교육센터 통한 초·중학교 영어체험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고, 지역자치단체와 함께 하는 교육발전을 언급하면서 ‘금산이 지방자치단체 교육경비 지원조례기준이 자체수입의 7%로 충남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라는 것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김의웅교육장의 가장 큰 업적은 아이들에게 ‘꿈’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일 것이다.
이완구 충남도지사가 언젠가 사석에서 ‘지도자는 상상력이 있어야 한다’는 요지의 말을 해서 나를 깜짝 놀라게 한 일이 있는데, 우리의 아이들에게 ‘꿈을 심자. 꿈을 기르자. 꿈을 펼치자.’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이 땅의 아이들을 「미래의 땅 금산! 모두를 주인공 만들기」의 주인공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는 우리로 하여금 그야 말로 ‘지도자의 상상력’을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의 아이들이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는 것은 학생 하나하나의 인생을 위해서, 그리고 금산 지역 전체의 미래를 위해 대단히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학생 하나하나가 ‘꿈’이 있어야 노력을 할 것이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하는 공부가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자신의 자산이 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아이들에게 ‘꿈’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물고기가 아닌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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