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수요일(2월 21일)은 그리스도교에서 ‘재의 수요일’로 지키는 날이었다.
교회에서는 이 날을 기점으로 올 해의 부활절(4월 8일)까지 일요일을 뺀 사십일을 가리켜 사순절(四旬節)이라고 한다.
사순절은 극기나 단식을 통한 참회의 생활로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참여하여 기쁨으로 부활절을 맞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중요한 수행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가톨릭 전통에서 재의 수요일 미사는 독특하게 전개된다.
사제는 지난 해 성지주일에 신자들에게 나누어주었던 성지를 모두 모아 태워
재로 만든 다음, 이것을 성유와 유향으로 축성한다.
그 다음 “사람은 흙에서 났으니, 흙으로 생각하십시오.”라고 하며 자신과 신자들의 이마에 이 재를 바른다.
우리 인생은 너 나 할 것 없이 ‘재로부터 시작해서 재로 끝나는 인생’이다.
옛말로 하자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다.
지금의 생이 마치 영원한 것처럼 착각하고 현세가 주는 달콤한 맛에 빠져 생의 종말을 잊고 살아가서는 안 된다는 뜻이 여기에 담겨있다.
A. 잭슨은 그의 ‘서신(書信)’에서 ‘죽음이 찾아올 때 그는 나이와 업적을 참작하지 않는다.
죽음은 이 땅에서 병든 자와 건강한
사람과,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구별 없이 쓸어간다.
그러면서 죽음에 대비해서 살아갈 것을 우리에게 가르친다.’고 했다.
특별히 사십 세 이후의 중년기는 지나온 삶에 비교해서 훨씬 짧은 미래를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중년은 언제 자기에게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을 준비하는 시기라고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마치 자기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처럼 죽음을 의식적으로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죽음을 잘 대비하는 것은 결코 현실을 우울하게 살라는 의미가 아니다.
늘 죽음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을 때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을
감사하며 알차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가장 고귀한 가치, 즉 남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아프리카의 성자였던 앨버트 슈바이처 박사는
‘생명이 있는 것에 봉사함으로써 나는 세계에 대하여 뜻있고 목적 있는 행동을 다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사람이 생을 마친 다음 뭇사람들은 그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평가를 내린다.
자기 자신의 유익만을 위하여 산 사람은 금방 잊히고
만다.
하지만 늘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며 산 사람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많은 이들의 뇌리 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사람은 지구상에 태어나서 최소한 손톱자국이라고 남기고 가야한다고 했다.
봉사는 결코 내게 남는 에너지와 물질이 있어서 한다고
생각해서는 아니 된다.
내게 주어진 것이 아무리 적더라도 이웃의 행복을 위하여 나눌 때 그 기쁨은 배가 된다.
“어린아이처럼 사랑스런 모습으로 미소 짓는 법을 배우고
온 세상을 위해 친절한 생각을 품고 세상 만물이 행복하기를 기원하십시오.”
사랑이야말로 세상의 모든 병적인 현상을 치료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것이다.
필자에게도 나이가 들면서 느껴지는 게 있다.
그것은 다른 이웃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우리가 여기 초록별 지구에 사는 중요한 이유란 생각이었다.
아무리 자신만의 삶을 알뜰하게 살았다고 하더라도 이웃에 대한 자비와 사랑이 없으면 그것은 반쪽의 인생밖에 되지 않는다는
각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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