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경기라고 하는데… -
지난 주 금산신문 기사에 의하면 금산 지역의 경기가 바닥이라고 한다.
식당도, 다방도 장사가 되지 않고, 특히 금산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인 인삼과 약초가 맥을 못 추고 있다는 것이다.
4계절로 나누어서 봄인 지금은 투자하는 시기이지 거두어들이는 시기가 아니라는 지역의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기는 하지만, 이런 저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조금 더 힘든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물론 전국의 농촌 분위기가 -특히 한미 FTA협상과 맞물리면서 더욱- 우리와 같은, 아니 우리보다 더 힘든 실정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주식가치가 급상승하면서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라고 하는데, 왜 금산은 아직도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서 상승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몇가지 요인이 있을 것 같다.
우선 작년 인삼엑스포를 정점으로 너무나 좋은 시기를 맞았던 지역의 인삼 경기가 -물론 일시적인
현상이겠지만- 내리막길을 맞았다는 것도 이유가 될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후발주자들의 끈질긴 ‘바지가랑이 잡아당기기’에 대해 금산시장에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다른 지역의 인삼시장에서는 ‘’금산 가봐야 금산인삼은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아다닌다고 하는데, 그만큼 금산이 금산인삼에 대한 이미지 보호에 소홀했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금산이 이래서는 안 된다’라든가 ‘금산 인삼/약초가 가야 할 길은 이런 방향’이란 식의 ‘훈수’를 공석, 혹은 사석에서 수없이 제시해왔지만 별로 변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바둑을 둘 때 구경꾼이 더 수를 깊게 보는 경우가 많지만 그 훈수가 잘 먹혀들지 않듯이, 옆에서 하는 이런 저런 얘기들이 시장의 분위기를 바꾸기가 참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 미술계에 불어닥친 사건과 인삼 -
최근 김승연회장 사건을 덮는 대형 이벤트로는 남북열차 개통일 것이지만, 사건으로 본다면 미술계의 부정이 공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대전을 둘러싸고 이런 저런 애기들이 오고가더니 결국은 심사과정에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놀랐지만, TV에서 기사를 보도하는 기자의 마지막 말미는 ‘정작 미술계 인사들 중에서는 놀라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또한 놀라웠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미술협회 고위 간부와 대회 심사위원들이 돈을 받고 미리 수상작을 선정해 왔다는 사실은 이미 미술계 안팎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술대전이 유명무실해졌으니, 아예 차제에 미전이란 제도 자체를 없애는 것이 좋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미술계의 보도를 보면서 내 머릿속은 참으로 착잡하고 복잡했다.
그 사건에다가 ‘그림’이라는 단어를 빼고 그 자리에 ‘인삼’을
집어넣으면 어떻게 될까?
수많은 인삼과 관련된 사건들을 보면서 금산에 사는 사람들은 과연 놀랐던가?
시장이 신뢰를 잃으면 모두 같이 망한다는 것을 다른 지역의 어떤 사람들보다도 잘 알면서도 우리가 별로 놀라지 않았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 흑삼에 얽힌 해프닝 -
얼마 전 흑삼에 벤조피렌이라는 발암물질이 포함되었다는 식약청의 보도는 백삼에서 홍삼으로, 그리고 흑삼으로 옮겨가던 지역 인삼제품의 추세에 찬물을 끼얹는 대규모의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벤조피렌이라는 물질은 몇 년 전부터 ‘탄 고기를 먹으면 암에 걸리기 쉽다’는 속설이 돌면서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한 화학물질인데, 음식물을 익히기만 하면 생성될 수 있는 흔한 물질이다.
우리가 고기를 구어 먹을 때 까맣게 탄 부위가 있다면 벤조피렌 덩어리라고 보면 되는 그런 물질인데, 흑삼에서 - 회사에 따라 함량의 차이가 있고, J흑삼이 가장 적었다고는 하지만- 3-14 ppb(ppm은 100만분의 1, ppb는 10억분의 1)가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이 정도의 양은 탄 고기 한 점에 들어있는 벤조피렌의 양보다도 훨씬 적은 것이고, 조금 태운 햄버거에는 수십ppb의 벤조피렌이 있을 정도로 어떤 물질도 열을 가하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흑삼에서 벤조피렌이 이 정도 나왔다는 것이 그리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죽하면 열을 가해야만 만들어지는 식용유에도 이보다 더 많은 벤조피렌이 들어 있는데, 그렇다고 우리가 식용유 없는 식탁을 상상해 보았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건강과 관련된 상품은 ‘신뢰’가 생명이라서 이런 작은 충격에도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인삼과 약초로 지역경제를 이끌어가야 하는 동네, 금산에 사는 사람들의 고민인 것이다.
- 너무나 놀라지 않는 사람들 -
북한이 작년에 핵실험을 했을 때 많은 미국과 일본의 기자들은 ‘한국 사람들이 너무나 태연했고, 전혀 놀라지 않아 우리는 너무 놀랐다’는 보도를 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묻는다. ‘어째서 가장 놀라야 할 당사자들이 이토록 태연할 수 있는가?’
우리는 답이 궁하지만, 대충 이런 얘기들을
한다.
‘우리는 지난 100년간 너무나 격변하는 세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자.
미국에서 9·11테러 직후 각국의 외교 공관을 방문해 그들의 대응을 알아보았더니, 한국대사관만 아무런 특별
경비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 무관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지난 수십 년 동안 북한 테러리즘에 하도 시달리며 살아온 터라 이런 정도는 별로지요’는 대답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니 금산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 잘 놀라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금산의 지역경제를 이끌어가는 인삼과 약초의 신뢰도는 과거에 비해 많은 손상을 입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놀라야 한다.
절벽까지 걸어가는 동안의 시간과 거리는 길지 몰라도 절벽에 선 사람을 떨어뜨리는 힘은 손가락 하나의 그것이면 되기 때문이다.
약해진 댐은 작은 비로도, 그리고 아주 작은 크랙 하나로도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기에, 수시로 약해진 곳은 없는지, 금이 가고 있는 곳은 없는지를 꼼꼼히 체크하려면 약간은 놀라고 겁을 먹는 마음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의사로서 후배의사를 지도할 위치에 섰을 때 자주 쓰던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진료할 때에는 소심해라. 의사가 대범하면
환자가 고생한다.’
우리도 가끔 놀라고, 또 가끔 소심해질 필요가 있다.
인삼/약초와 지역의 경제를 위해서…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저작권자 © 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금산군, 올해 빈집 활용 리모델링 최대 7000만 원 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