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불려지는 일본(日本).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36년간의 치욕적인 지배생활과 위안부 문제, 전범이 모셔진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으로 친절하고 우호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욱 많이 담겨진 나라로 각인되어 왔다.
한·일 간의 모든 스포츠 경기에서도 설령 다른 나라에는 질망정 일본은 꼭 이겨야 속이 시원하다는 각오도 남모르게 모든 국민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한·일관계를 조명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물론 과거를 청산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과거 역사는 바로 알되 이제는 세계화된 시장속에서 공존하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함께 윈윈(Win-Win) 하는 아시아의 선봉자로 나아가야 할때라고 본다.
작년부터 일본인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사람수보다 한국인이 일본을 방문하는 방문객수가 더 많아졌다.
그만큼 우리나라와 일본은 지금 왕성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학생들 수학여행이나 이벤트성 관광객이 많이 늘어난 것이다.
그 속에는 겨울 스포츠 여행인 스키 관광이나 큐슈 지방의 온천여행, 골프여행이 한 몫을 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게다가 일본 엔화의 약세로 더 많은 여행객이 늘어나 이제 일본 관광지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기는 아주 쉽다.
그리고 한글 안내소개서나 한글 표시도 일본 전국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류 열풍으로 연예인들 활동도 두드러지고 대장금 같은 드라마는 일본 전역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곤 했다.
특히 드라마 겨울연가(그들은 「후유노 소나타」라 부른다.)는 중년 일본여성들의 심금을 울려, 주연 배우였던 배용준은 「욘사마」로 불리고 촬영지 방문을 위해 패키지 상품이 판매되고 많은 일본인들이 그곳을 다녀가고 또 오고 있다.
나의 일본과의 인연은 근 30여년 지속되고 있다.
1979년 기술연수차 처음으로 「요코하마 타이어」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참 많이도 다녀왔다.
연수, 출장이 대부분이었지만 덕분에 비용들이지 않고 최북단 훗카이도부터 남단 미쯔비시 중공업의 조선소가 있는 나가사키까지 거의 주요도시는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쿄토·닛코·하코네 등 관광명소와 노보리 벳츠·게로·벳부 등 온천 관광지도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
지난해 가을에는 일본의 알프스라 불리는 도야마 알펜루트(최고봉 3,025m)도 다녀왔다.
그러는 사이에 일본인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
일본 사람들은 좀처럼 속내를 열지 않는다.
그래서 혼내와 다테마에라는 어쩌면 2중모습 같은 뜻으로 불려지기도 하는데 그것은 그들의 문화를 잘 모르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그들의 문화와 생활 풍습을 이해하면 금방 알수 있다.
일본인들은 면전에서 거절하는 적이 없다.
그래서 특히 무역을 하는 신입 일본 담당자들은 오해하기 쉽다. 「검토해 보겠다.」는 의견은 사실상 거절의 의미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것을 긍정의 의미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모 상사에서는 그 검토해 보겠다는 의견을 믿고 물건을 만들었다가 낭패를 봄 경험도 있다는 웃지못할 사건도 있었다.
지금도 절친하게 만나고 매달 한번씩 방문하는 일본인 친구가 있다.
나보다 연배이지만 친구라 부른다. 주로 우리나라 「H」자동차 일 관계로 부산에 오지만 시간을 내어 꼭 대전을 방문한다.
다나베 사장님이다.
일본 미쯔비시 자동차 근무시절 「H」 자동차와 인연을 맺게 되었단다.
그게 벌써 20년 전 일.
지금은 중소기업 사장으로 주조 관련 제품 무역을 한다. 일본제품을 수출도 하고 한국에서 물건을 만들어가는 수입 업무도 한다.
내가 다나베 사장을 만난 것도 전에 근무하던 회사 업무관계로 98년에 만났으니까 꼭 10년이 되었다.
강산이 변할 만큼의 시간이 흘렀지만 초심은 역시 변함이 없다.
늘 겸손하고 성실하다. 업무관계도 깨끗하다.
제품을 주문하여도 서로 신뢰하기에 늘 선불로 지불해 준다.
물론 일본은 금리(金利)가 거의 ZERO(0%)수준이기 때문에 돈을 은행에 두면 이자를 받는다기보다 보관료를 내야 하는것 아닌가 할 정도지만 물건 받기 전 선불이란게 망설여지는 것이 우리나라 상거래 습관인데 그 분은 그렇지 않다.
약속일정, 시간 지키기도 철두철미하다.
최소한 분 단위 개념으로 맞추신다. 그리고 약속시간보다 늦은 적이 10년 동안 한 번도 없었다.
기차가 연착되는 것 이외에는 …
그리고 돈에 큰 구애를 받지 않는 부유한 사람이지만 검소한 면은 대단하다.
대전에 오면 유성에 머물지만 호텔은 가격이 비싸다고 늘 모텔에서 잔다.
한국어가 능통하고 불편함이 없어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그의 지론은 ‘잠자리는 마찬가지인데 무엇하러 2배의 값을 지불할 필요가 있겠는가’다.
그리고 10년째 오고 가지만 방문 때마다 작은 선물을 꼭 가지고 온다.
선물이란 가격의 고저보다 받는 기쁨이라며 작게는 맛난 과자부터 집사람에 주라고 화장품까지 챙겨 오신다.
작은 정성, 그것은 돈의 유무보다 성의가 아니면 지키기 어려운 과제다.
이렇게 일본인들에게는 배울 점이 많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된다고 본다.
일본은 참으로 깨끗하고 예의 바르고 질서가 잘 지켜지는 선진국이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상냥스럽다. 거짓을 잘 모르고 신뢰성이 있다.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잘라 말하고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힘을 빌려서라도 해준다.
그리고 회사간 거래에서도 그 룰(Rule)은 지켜진다.
그래서 10년 이상된 협력회사가 참으로 많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면은 정말 배워야 한다. 거래관행에 사람이 바뀌면 거래처가 바뀌고 가격을 협의없이 내리고 강요하기 일쑤인 거래관행은 바뀌어져야 한다고 본다.
하청업체가 아닌 협력업체로 동반 성장하는 기업의 모습을 보여 줄때가 우리나라도 되었다고 본다.
배울 것은 배우자.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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