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도 연어처럼 귀향 본능이 있는 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년퇴임을 하거나 일선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설 때쯤이면 도심을 떠나 시골생활의 여유로움을 동경하게 된다.
어릴 적 고향생활이 그리워서인지, 각박하고 획일적인 도심생활에 권태를 느껴서인지는 몰라도 주변에서 그런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또 대부분 사람들이 나이들면 “시골에 작은집 하나짓고 텃밭에 상추 심고, 고추 심으며 뒷산에 오르고, 세월을 벗삼아 소일이나 하지”하는 말들을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지금 시골 농가 마을도 땅값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오늘은 잘 아시는 분의 초청을 받고 충북 옥천군 동이면이라고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금강변 자락을 찾아가는 길이다.
대전에서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면 금세 금강휴게소에 도착한다. 금강 물줄기에 라버댐(Rubber Dam)을 설치해서 늘 일정수위를 유지하는 강가 유원지이다.
수상스키도 즐기고 오리모양의 뱃놀이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강 물줄기 따라 피라미 낚시도 즐기는 사람을 자주 볼 수도 있고 주변엔 민물고기를 이용한 음식점도 즐비해서 대전 근교 사람들이 드라이브겸 많이 찾는 곳이다.
그분은 전부터 선견지명이 있었던 모양이다.
벌써 10여 년전 이곳 금강변에 대지를 마련했단다. 강변이라 성토를 해서 땅을 돋우고 옹벽도 치고 난 다음 예쁘게 집을 지으셨다.
대전에 주생활 아파트를 두고 주말이나 휴일에 별장식으로 이용하기 위한 목적이었단다.
서두름 없이 몇 년에 걸쳐 나무도 심고 꽃도 심고, 밭도 만들고 정자도 만드셨다.
스스로 일을 하기 위하여 포크레인 면허도 직접 취득하고 홍수 시에는 잠기는 잠수교 때문에 배도 사고 조정 면허까지 취득할 정도로 열성이셨다.
한가로운 5월 하순. 유유히 흐르는 금강 물줄기.
출렁이는 물결 위엔 반짝반짝 햇살이 내려 보석처럼 빛난다.
여울목이라 다슬기 줍는 사람들이 강가에 여기저기 허리를 굽히고 계신다.
아-어릴 적 지금의 충주댐아래 남한강변에서 참 많이도 주웠었는데…다슬기 줍기도 재미있지만 강물에 첨벙이는 물놀이 재미에 온몸은 까맣게 그을리고…
그 시절이 벌써 50여 년이나 흘렀다.
지금 그곳엔 다슬기가 별로 없다고 한다.
그 위에 충주댐이 생기면서 물 흐름이 많이 바뀌었단다.
그립다. 그 시절이. 마음은 크게 변하지 않았건만 50년이란 세월은 삶의 형태를 많이도 바꾸어 놓았다.
갈수기라 물은 많은 편이 아니다.
여유 넉넉한 시멘트 잠수교를 건너 별장에 도착했다.
우선 한마디로 예쁘다. 정겹다. 한가롭다. 여유롭다.
작은 밭엔 마늘, 가지, 오이, 토마토, 고추, 냉이가 조금씩 조금씩 심겨졌고 콩, 고구마를 심기 위해 둑을 만들고 비닐이 씌워 있었다.
전체가 600여 평이라던가.
양옆 울타리 경사진 곳엔 장미, 꽃잔디, 수국, 칸나, 그리고 주변에서 자생한 이름모를 야생화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꽃도 신선하다.
단풍나무, 소나무, 향나무, 대나무 등 조경수도 푸른 잎새를 마음껏 펼치며 태양빛을 흡수한다.
예쁘게 조립된 옥외 휴게소 정자 안에 나무토막 의자가 정겹다. 식탁은 평평한 돌이다.
돌확에 심겨진 팬지도 예쁘게 여러 색깔의 꽃을 피웠다.
하나하나에 주인의 땀방울이 머문 흔적이 보인다.
거저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고 멋진 인테리어를 연출한 것이다.
그 정자 안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을 맞으며 짙게 우려낸 녹차 한잔을 음미한다.
신선이 따로 있을까? 이곳이 무릉도원이다.
발아래 금강의 맑은 물이 여울 물소리 울리며 흐르고 그 위를 지나온 바람은 내 이마의 땀방울을 씻겨준다.
뒷산에서 내려온 신선한 공기는 청량함 그 자체이기도 하다.
주변도 주-욱 돌아보고 맛있게 식사도 했으니 오수가 밀려온다.
대청마루에서 여덟팔자로 누워 잠시 잠을 청한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 아닐까?
옛날엔 주변에 농가가 많았단다.
지금 원주민은 모두 도심으로 떠나고 이 집처럼 모두가 별장 겸 노후생활을 위한 전원주택으로 바뀌어 간단다.
단지 물가 찾는 놀이객을 위해 식당이 한집 있을 뿐이다.
대부분 조경을 다시 하고 돌을 쌓고 예쁘게 그림같은 집을 짓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살면 참으로 마음 편하고 행복할 것 같다.
부러움도 없고 조급함도 없을 것만 같다.
정말 쉼다운 쉼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겠다.
지인에게 부탁했다.
가끔 놀러 오겠노라고…
와서 자연의 소리도 듣고 밤하늘의 별 모습도 보고 싶다고, 그리고 고라니, 수달의 울음소리도 들어보고 싶다고…
이런 집을 짓고 싶다.
조금은 한적한 산자락에 다락방 창문이 하나 있는 그런 작은 2층집을 짓고 싶다.
물론 남향이어야 하고 외벽은 흰색이어야 더 깨끗해 보이겠지.
아래층 거실엔 커다란 유리창이 있어 사시사철 밖의 풍경을 볼 수 있어야 하고.
거실은 좀 넓게 만들어야겠지.
장작불 때는 벽난로도 들여야 하고 녹차물 우려내는 다기도 놓아야 하니까.
그리고 야생화 화분 몇 개 있어야 하고 작은 열대어 몇 마리 노니는 어항도 두려면.
출입문은 좀 크게 만들자.
여름철엔 바람이 솔솔 불어오게 그리고 밤엔 달빛이 찾아들게.
봄엔 꽃향기 마중 나오게 가을엔 붉은 단풍잎 날아들게
그리고 집안엔 아무것도 두지 말자.
가구가 사는게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게.
부러운 전원마을의 아름다운 집.
나도 늦었지만 희망을 가져본다.
아주 길게 여유를 갖고 만들어 보자.
그 어딘가 내 마음에 드는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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