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 빼고 가장 재미있는, 흥미있는 일은 무엇일까?
우선은 자기가 즐기는 취미일게다.
그러니까 마라토너는 그 힘든 운동임에도 42.195km를 쉼없이 달린다.
그보다 더 격한 철인 3종경기를 즐기기도 하고 100km달리기에 도전하는 울트라 마라토너도 스스로가 즐겨 참여한다.
각자 취미는 다양하다.
혹자는 골프의 매력을 서서 하는 운동 중에 가장 재미있는 운동으로 말하기도 했다.
앉아서 하는 것은 게임 마작(麻雀)이고 누워서 하는 것은 남녀의 성(性)나눔이라 했다.
그토록 재미있는 게 골프일까? 오늘은 그 매력에 한번 빠져보려 한다.
골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급 운동으로 사회의 지탄이 되기도 했다.
수재(水災)의 고통 속에 골프를 쳤다고 국회의원들이 징계를 받기도 했고 어느 국무총리는 산불화재 시 골프를 쳤다고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또 모 경찰청장은 수사 중인 사항의 관련기업 임원들과 골프를 쳤다고 해서 신문지상을 메우기도 했던 운동.
하지만 LPGA낭자들 덕분에 지금은 많이 알려지고 이해를 하고 보편화된 것도 사실이다. 박세리가 일등공신이다.
최경주 선수가 세계 톱클래스에 이름을 올리고 LPGA 세계 어느 대회나 TOP10에 서너 명씩 한국인 낭자의 이름을 올린다.
여자 프로골프는 세계를 평정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그래서일까? 지금도 그 부푼 꿈을 안고 열심히 골프채를 휘두르는 어린 꿈나무들과, 연습장과 골프장을 오가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많은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나는 골프를 좀 일찍 시작했다.
시작은 일찍 했지만 운동신경이 워낙 둔해 아직도 멀었다.
그 당시는 말도 못하고, 소문나도 안되고, 그야말로 도둑처럼 숨어서 해야 했다. 직장상사나 지인들을 만나지 않기 위해 대전 근교를 피해 타 지역으로 가야했고 이른 새벽시간이나 오후 늦은 시간을 이용해야 했다.
평일은 꿈도 꿀 수 없었고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 공휴일날 뿐이었다.
골프란 운동이 참 묘한 것이어서 한번 빠져들면 헤어 나기가 어렵다.
또 농구, 축구나 배구, 야구 등 모든 구기운동이 움직이는 공을 쫒아 다니지만 골프는 언제나 정지된 상태의 공을 치게 되어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아주 쉬운 것으로 판단되기도 한다.
그리고 골프는 자신만의 귀책 사유로 결정된다.
예를 들면 화투 고, 스톱의 경우 옆사람이 실수를 하면 덩달아 자신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즉 남의 영향이 자신에게 어쩔 수 없는 불리함을 줄 수도 있지만 골프는 오로지 혼자만의 싸움이다.
남이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동반자와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으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때론 고성이 오가기도 하고 내기라도 하는 팀에선 싸움 일보직전까지 가는 사람도 본 적이 있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인가 보다.
당구에 매료되면 누워도 천정이 당구대로 보인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골프도 심취하면 똑같다.
푸른 초원 위를 하얀 공을 날리며 걷는 즐거움은 이루 표현할 수 없다.
게다가 멋진 샷을 날려 멀리 더 멀리-좋은 장소에 안착하는 하얀 공의 탄도를 보고 “굿샷”이라고 흥을 돋는 경기 도우미(캐디)의 낭낭한 목소리는 한층 더 가슴을 부풀게 만든다.
공기 좋고, 바람 시원하고 풍광 좋은 곳에서의 라운딩.
18홀을 돌자면 최소 4~5시간이 걸린다.
중간 중간 그늘집이란 곳에서 마시는 맥주 한 잔의 시원함은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버리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비싼 게 흠이다.
휴일이면 입장료, 카트 사용료, 도우미 봉사료, 그늘집 음료대를 포함하면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1인당 25만원을 넘나든다.
게다가 골프공이라도 몇 개 잃어버리거나 연못에 빠뜨려 버리면 그 비용도 만만찮다.
회원권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좀 낫겠지만 억대를 넘는 회원권은 일반인들은 꿈조차 꾸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가까운 동남아로 골프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약도 어렵고 비용도 비싸니 시장경제 원리상 해외 골프를 막을 방법이 없다.
중국이나 태국, 심지어 일본 골프장에서도 한국인 골퍼를 만나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
대안은 무엇일까?
우선 골프장을 국내에 많이 늘려서 값을 내려야 한다.
수요의 불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국내가 비용이 저렴하면 굳이 해외로 나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국부의 손실을 내수 활성화로 돌려야 하지 않을까?
수요를 억제하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다.
누구나 원하면 적은 돈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그런 시절이 오기는 할까?
그리고 골프를 사치성 운동으로 보는 편견도 이젠 없어져야 한다.
누구나 카트 끌고 한 바퀴 돌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즐기는 레저스포츠로 보아야 한다.
거기다가 골프장 비용을 줄이기 위해 궁궐같은 클럽 하우스, 목욕탕, 식당 등도 검소하게 줄일 필요가 있다.
모든게 비용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급 브랜드의 골프웨어도 이젠 평상복으로 운동할 수 있는 분위기로 바뀌어야한다.
골프웨어는 참으로 비싸다.
물론 명품이라는 브랜드 값도 인정해야겠지만 너무 화려하다.
좀 수수하면 어떤가. 깨끗하면 되는 것 아닌가.
평상복으로 수수하게 입으면 “벌써 노인이냐”고 빈정대는 사람이 없나, 화려하게 입으면 “날라리냐”고 욕하는 사람도 있으니 어느 분위기에 맞추어야 하는지 그것도 어렵다.
공을 못치면 “머리가 그거밖에 안 되느냐”고 욕먹고 잘치면 “일 안하고 매일 골프만 쳤냐”고 막말을 하니 그 중간에서 욕 안먹고 피해 다니려면 복잡한 계산과 전략이 필요하다.
상대방 눈치 보며 적당히 맞추어 치는 게 비즈니스 골프라는 말도 있으니 그 즐거운 것도 내 마음대로 못하니 또 다른 스트레스가 생길 수밖에 없다.
작고하신 삼성의 이병철 회장님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자식과 골프”라고 하셨단다.
골프라는 운동은 재미도 있지만 정말 어렵다.
곧 될 것 같아도 안된다.
늘 같은 골프장을 가도 점수는 거의 마찬가지다.
어느날 갑자기 좋아지는 이변이 없다.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골프의 목표엔 리미트가 없다.
70대를 치는 사람은 어떻게 언더를 칠 수 있을까?
목표를 세우고 80대를 치는 사람은 언제 70대를 한번 쳐 볼 수 있을까? 하는 욕심을 늘 갖고 산다.
그러다보니 늘 만족이 없다.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다.
오죽하면 오늘은 “혹시나”하고 골프장을 찾았다가 갈 때는 “역시나”하고 끝난단다.
하지만 모든 것을 조금 초월하면, 망각해버리면 정말 즐거운 것이 골프다.
욕심을 버리면 된다. 세상사도 똑같다.
같은 원리리라.
골프를 한 라운드 돌고 나면 초등교 6년을 같이 다닌 정도의 심리파악을 할 수 있단다.
그래서 골프를 비즈니스 운동이라 하는가 보다.
본인도 모르게 그 심성이 밖으로 표출되는가 보다.
즐거운 운동, 골프.
스트레스 받지 않고 스스로 즐기면 좋으련만 그건 신만이 할 수 있는 경지일까?
오늘도 푸른 잔디밭, 깃대 꽂힌 그린만이 머릿속에 아물거린다.
너무 재미있어 얄미운 운동, 아마도 그게 골프의 매력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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