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과정은 우리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과정이다.
한번 흘러간 강물이 다시 그곳에 자력으로 올라올 수 없듯이 우리 사람들도 나이들면 노화되기 시작하고 결국은 죽음을 맞는다. 영생(永生)할 수는 없다.
혹자는 살아가면서 저지른 죄값을 죽음으로 받는다고도 했다.
우리 사회도 점차 노령화 사회로 접어든다고 한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영양식 공급은 평균수명을 많이 늘려 주었다.
하지만 장수한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좋아졌다고,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늘 책이나 글에서 자주 보는 글귀가 있다.
오늘은 어제 죽어간 사람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했던 내일이라고…
어느 노인병원을 다녀왔다.
시에서 운영하는 노인전문병원이다.
새로 지은 건물이라 깔끔하고 주변도 넓고 조경도 잘되어 있다. 산속 모퉁이에 자리한 아담한 병원이다.
유리로 마감된 깨끗한 외벽. 녹색십자가 표시가 병원임을 알려줄 뿐이다.
하지만 겉모습과는 달리 내부 병동엔 쓸쓸한 모습만이 흐르고 있었다. 그래도 이곳은 간병사는 물론 의사, 간호사까지 24시간 근무하는 조직적인 병원이어서
일반 타 병원과 크게 구분되지 않는다. 단지 환자가 노인분뿐이라는 것이 다를까.
그들에게서 삶의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죽음을 기다리는 중증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치매, 중풍, 말기암환자, 혼자 힘으로 걸을 수 없는 그런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간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초점 잃은 눈빛. 사람을 보아도 반가운 기색이 얼굴에 표현되지 않는다.
차라리 치매처럼 모든 것을 망각하고 사시는 분들이 더욱 행복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종일토록 병원침대에서 누워계시는 분도 계셨고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으셨다.
대·소변도 처리하지 못해 간병사의 힘을 빌리는 환자도 많았다.
말이 병원이지 요양소나 다름없다.
치료를 위한 병원이 아닌 그저 세월의 흐름 속에 마지못해 지나야 하는 죽음의 앞단계라고 표현하면 너무 과한 말이 될까?
하지만 그게 현실이었다.
지금은 저렇게 초점 잃은 삶을 지탱하고 있지만 그들에게도 열정적인 젊음이 있었으리라.
세상을 거머쥘 만한 용기와 패기가 있었을 텐데…
이젠 생각마저 변한 낙엽처럼 떨어질 날을 기다리고 있으니 어떤 생각이 드실까.
삶의 여정이 아마도 한편의 영화처럼 눈 앞에서 지나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시절 어려운 경제여건 하에서. 전쟁도 겪어야 했고 일제의 압박 속에 힘든 억압의 세상에서 살아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꿈이 있었고 열정을 불태우는 사랑도 있었으리라.
어렵게 어렵게 자식 교육시키고 찌든 삶에서 좀 벗어나 보려고 하니 이제는 건강이 따라주지 못하는 환자가 되어버렸다.
자식들도 스스로 살아가기에 버거운 게 현실.
물가는 오르고 유가는 치솟고 경제는 자꾸만 뒷걸음질 친다. 맞벌이가 아니면 이젠 살아가기가 힘든 세상이 되다보니 나이드신 부모님 모시기가 정말 힘겹다. 그것도 몸이 성치 못한 환자이니 더욱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적지만 노령연금이 지급되고 노인장기요양보험이 7월부터 시작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그 아픈 마음을 치유하기엔 너무 멀다.
소득 없는 투자에 국가도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일일수록 국가가 나서야 한다.
그 누구도 감당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도 아주 옛날보다는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많은 환자들이 의료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의료보험이 되기 전에는 엄청난 의료비를 스스로 모두 부담했다. 누구 한사람 장기 입원환자라도 있으면 집안경제가 흔들렸다.
삶이 어려워지고 가족 간의 유대도 깨어지곤 했다.
이젠 건강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도록 건강관리를 하여야 할 때다.
생활습관부터 바꿔야 한다.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 누워있지 말고 서서 걸어야 한다. 그 누구도 자신의 건강을 대신해 줄 순 없다.
대신 아파주고 대신 누워 있는다고 건강이 해결될 수는 없다.
그래서 정부도 사후 치료도 좋지만 사전 교육 프로그램 및 운동시설을 많이 늘려야 한다. 동네마다 수영장도 만들고 헬스클럽도 혜택을 주어 스스로 저렴하게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몸이 아파서 받는 의료혜택보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서 의료비 지출을 줄여야 할 것이다.
고기를 매번 사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듯이 스스로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젊은 시절부터 주지시켜야 한다.
왜 건강해야 하는지 알만했다.
스스로 움직이는 삶만이 행복한 장수비결이 될 것이다.
약이나 남에게 의존하는 삶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스스로 꾸려가며 자신의 건강을 만들어야 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라'라는 문구가 새삼 다시 보여 진다.
가장 쉬운 단어들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관심 밖이 되기 일쑤다.
어쩌면 건강도 스스로 타고난 복 중의 하나일지 모르지만 늘 관심과 사전 검진만이 최고의 선택일 것이다.
스스로의 무관심이 중병을 만들 수도 있다.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는 것은 중장비나 자동차에만 적용되는 규칙이 아니다.
이제 우리 몸도 그렇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
노인 병원 문을 나서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저 누워계신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젊은 시절이 있었고 간직하고픈 사랑이 있었을 것이다.
자식 교육을 위해 허리띠 졸라매며 삶에 매진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마치 버려진 듯 외로운 병상을 지키시는 분들이 되었다. 일부 가족들은 한번 맡겨놓고 자주 와 보지도 않는다는 간병사의 슬픈 목소리는 나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은 그래서 만들어 졌을까? 어쩌면 자식들도 지쳤을지 모르지만 마음만이라도 따뜻하게 대해 주었으면 좋으련만…
삶은 어쩌면 지루한 싸움인지 모른다.
싸움장 없는 싸움에서 누가 이기고 누가 져야 하는 규칙은 없다. 스스로가 만들고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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