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열대야때문에 밤잠을 설치기도 하고 천정부지로 오른 기름값때문에 에어컨 가동을 못하고 차창을 열고 다니기 일쑤였다.
이렇게 지친 어느날. 가을바람이 시원하게 불기 시작했다.
계절이 바뀐 것이다. 더위와 싸우느라 고갈된 체력을 무엇으로 보충할까?
'가을엔 보약이 최고 아닐까' 하는 생각 중에 제28회금산인삼축제가 8.29~9.7까지 열린다고 해서 그 현장을 찾아 나섰다.
금산에서는 매년 추석 전에 인삼축제가 열린다.
인삼 수확철이기도 하지만, 추석선물로 수삼이 으뜸이기에 대한민국 최우수 축제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되었다.
2006년엔 인삼엑스포가 금산에서 열리기도 했다.
'파워풀 인삼, 뷰티풀 금산'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세계인이 함께하는 또한번의 아름다운 페스티벌을 펼친다.
축제가 시작된지 28년.
종전과는 그 규모나 행사면에서 완연히 달라졌다.
매년 그 변화 속도가 눈에 띄게 빠르게 변한다.
나는 '95년 금산에 있는 공장으로 발령을 받고부터 지금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고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축제마감 이틀전, 토요일 오후 금산으로 향한다.
대전 -> 통영간 고속도로도 좋고, 대전 -> 금산간 국도도 4차선으로 뻥 뚫어졌다.
신설된 대전,금산간 국도. 금산터널을 빠져 나가자 우선 하늘에서 여기저기 떠있는 에드벌륜이 나를 맞는다. 그리고 예쁘게 꽃피운 꽃길을 달린다.
정성스럽게 가꾸어진 꽃길이다. 백일홍, 맨드라미, 천일홍, 금잔화, 그리고 코스모스까지 지나는 운전자의 마음조차 들뜨게 만든다.
행사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엔 차가 빼곡하고 오가는 사람들도 많다.
주차를 겨우겨우 마치고 행사장으로 향하는 길.
오가는 사람들 모두가 인삼 선물세트를 한아름씩 들었다.
우선 한방약초차 한잔으로 목을 축인다.
무료로 제공되는 차이다. 맛이 쓰다. 쓴약이 몸에 좋다고 하지 않았던가.
축제장에서의 하루가 내 미래의 건강이 보장된단다.
팔도 엿장수의 흥겨운 노랫가락.
전시장 메인무대에서 펼쳐지는 노래자랑.
각설이품바타령과 웃음 개그 한마디.
수삼센터앞에서 펼쳐지는 광대들의 놀음.
포장마차 먹을거리 파티.
이런 놀이들은 어느 축제장이나 만나는 공통점이지만 금산엔 특별한 곳이 있었다.
금산군 보건소에서 주관하는 건강체험관이다.
'행복의 선물, 인삼으로 당신의 건강을 설계하세요' 라는 주제로 인삼약초 족욕, 발마사지, 발찜질, 인삼약초 베개 체험 등의 인삼약초 특별 체험 프로그램과 인삼약초를 소재로 한 홍삼팩 마사지, 약초향첩 만들기 ,인삼약초 소화제 만들기, 인삼약초 공예품 만들기 등이다.
자신의 건강에 대한 지나친 관심일까, 사람들이 빼곡하다. 줄지어 기다리는 사람도 보이고...
그 중에서 홍삼팩 마사지와 인삼약초 발마사지만이 유료이고 나머지 프로그램은 무료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 다음 찾은 곳이 상설운영관인 금산인삼관이다.
200년 된 산삼이 전시되고 있는 1층을 보고 조선시대 최고 거상(巨商)이 된 임상옥(林尙沃 17799~1855)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상도관에서 운영중인 계영배(戒盈杯)체험관을 찾았다.
계영배는 '넘침을 경계하는 잔' 이라는 뜻으로 술이 70%이상 차면 잔밑에 있는 구멍을 통해 흘러 내리도록 설계된 술잔이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과유불급'의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일명 절주배(節酒杯)라고도 하고, TV드라마 '상도'에서 인간의 욕망을 다스리는 신비의 잔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3층 계영배 체험관.
자원봉사 아주머니의 지도와 설명으로 술이 아닌 인삼차로 체험을 했다.
도자기로 만든 술잔 밑에 구멍이 나 있지만 내부는 보이지 않아 그 구조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진다.
어느 선까지 잔을 채우고 술잔을 들자 그 상태 그대로였지만 가득 부은 후 잔을 들자 내용물은 밑으로 '주르르' 흘러내리고 만다.
재미있기도 했지만 우리 선조들의 절제된 생활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인삼 약초관, 지구촌 생활민족박물관도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면 정말 좋은 교육의 장이 될 듯싶다.
인삼음식관, 야생화 전시관, 인삼교역관도 빼놓을 수 없는 축제의 하이라이트였다.
금년에 처음으로 선보인 '장금이의 금산수랏간'도 인삼축제의 백미였다. 인기드라마 '대장금'에서 소개된 인삼요리를 중심으로 임금님 수랏상, 칠첩반상, 인삼보양식 등 전통인삼요리를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로 매시 10분, 떡도 방문객에게 무료제공하고 있었다.
방문객들과 사진도 같이 찍고 궁중옷을 입고 촬영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가설 기와집이지만 손색 없는 장인정신이 빚은 옛 궁궐같은 모습이여서 더욱 보기 좋았다.
2006년 인삼엑스포 개최를 정점으로 금산인삼축제는 대변혁을 가지고 왔다.
늘상 의례적으로 하는 지방축제가 아닌 진정한 대한민국 최고의 축제로 그 위상을 발휘하고 있었다.
모든 축제는 볼거리, 먹을거리, 살거리가 있어야 한다.
행사장을 한 바퀴 돌고나니 시장기가 돈다.
우선 인삼막걸리에 인삼튀김을 안주로 목을 축인다.
계산도 쉽다, 막걸리 한잔에 천원, 인삼튀김 한뿌리에도 천원이다.
모든 음식이 인삼을 주제로 한 먹을거리가 대부분이다.
인삼막걸리도 좋지만 금산에서 명인이 직접 만드는 인삼주, 홍삼주도 대단한 인기다.
병도 예쁘게 만들어 선물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시장기도 해결하고 이제 수삼센터를 둘러본다.
수삼센터는 인삼가공품이 아닌 수삼만을 전문적으로 유통시키는 수삼전문 단일품목만 취급하는 재래시장격이다.
이번엔 새로 오픈한 농협수삼센터도 한몫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수삼센터는 추석선물을 준비하려는 축제 참가자와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곳 금산에서 직접 수확한 삼을 판매하기에 원산지엔 의문을 갖지 않아도 된단다.
인삼 크기별로 1채(750g)에 16,000원부터 50,000원이 넘는 품목까지 그 품질, 가격도 다양하다.
직접 구매하고 나면 선물용 포장센터는 따로 있다.
그곳에서 전국으로 연결되는 택배 업무도 병행하고 있어 선물용은 일일이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여기 저기서 흥정하는 소리와 방문객들 얘기로 수삼센터는 떠들썩하다.
사람사는 세상이다.
더 깎으려 하고, 안된다 하고, 인삼 한뿌리라도 더 얻으려는 구매자와 상인간의 즐거운 싸움(?)이 멈추지 않는다. 연거푸 수삼을 담은 box가 옮겨지고 또 팔려나간다. 그런 즐거움은 장날(2, 7일)엔 피크를 이룬단다.
날로 대형화되고 실속있는 축제로 거듭나고 있는 금산인삼축제. 내년에도 더욱 실속있게 계속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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