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밤과 어둠을 밀어 내고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새벽을 알리는 첫 울음과 함께 환하게 닭의 해는 밝았습니다. 옛 우리 조상들은 닭을 영물(靈物)로 생각했답니다.
닭의 벼슬(冠)은 문(文)을 상징하고 닭의 발톱은 무(武)를 나타냈답니다. 제 새끼(병아리) 보살피는 인자함과 적을 앞에 두고 싸우는 용맹스러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문무를 겸비한 동물이라는 얘기를 어느 책에선가 본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게 닭의 울음소리와 함께 새해는 밝았고 또 한해는 시작 되었습니다. 모두들 새해가 되면 새아침 첫날 기상 시부터 각오와 결심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병치레로 몸이 불편한 사람은 꼭 건강하기를 바라고 그러기 위해 스스로 운동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운동화도 새로 사고 트레이닝복도 새로 준비해서 새벽 아침을 달리는 사람도 있고 이번엔 꼭 실천하겠다며 금연을 선언하고 라이터와 남은 담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또 어느 고교생은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책상위에 “필승 합격〃이라는 각오를 써 붙이고 첫날새벽부터 공부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어느 중년의 아주머니도 날씬해지겠다는 굳은 각오로 헬스클럽에 등록해 뛰고 달리기를 시작 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런 것들은 꼭 1월 1일부터 하지 않고 마음먹은 날부터 해도 충분한 것들입니다.
어느 광고 카피처럼 지금부터 이제부터, 아니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른 시기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1월 1일 새해 첫날이라는 의미는 남다른 것 같습니다.
시작은 늘 새롭지만 나약한 인간의 마음은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결심을 지키기가, 지속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모양입니다. 그래서 헬스기구 같은 것은 2月초가 되면 중고시장에 버리는 물건들이 많이 쌓인답니다.
굳은 각오로 비싼 돈을 투자하면서 런닝 머신 등 헬스 기구를 구입했지만 며칠 가지 못해 다시 이구석, 저구석으로 옮겨 다니다가 결국은 중고품 매매상으로 반값이하에 처분된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서 헬스 기구를 구입할 의향이 있으신 분은 한 달 후에 중고상에 가 보십시요, 아주 좋은 물건들이 틀림없이 있을 겁니다. 저 자신은 담배를 피워보지 않았습니다만 정말 금연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몇 년씩 시도하시는 분이 계시지만 대부분이 1개월을 넘지 못하는 것 같더군요. 금단 현상이 나타나고 머리도 아프고 삶의 의욕도 잃어 버린다고 하소연 하면서 다시 담배를 잡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어느 분은 담배 끊으려다 받는 스트레스보다 피우며 겪는 편이 건강에 더 이로울 것 같다는 미명아래 계속 피우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담배 매출도 1,2월에 주춤하다가 3월부터 다시 상승한다는 신문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습관을 바꾸기가 그토록 어려운 모양입니다. 몇 십 년 해온 생활을 칼로 무 자르듯이 딱 끊기는 어렵겠지만 일단 시작한 결심과 각오라면 이 기회에 끊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금년 일출은 참으로 오랜만에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나간 2년은 구름 때문에 아침 10시가 넘어야 볼 수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아침 7시 40분경 사는 동네 뒷동산에서 아침 해를 바라 볼 수 있었습니다. 늘 뜨고 지는 태양이지만 새해 첫날의 태양은 왠지 모르게 희망을 주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저 먼 동력 하늘에 붉게 여명이 비치면서 둥글게 솟아오르는 태양, 모두들 바라보면서 두 손을 모음니다.
스스로의 소원을 비는 듯 합니다. 어찌 바라는 소원들이 한두 가지겠습니까만은 모두들 내려오면서 나누는 대화는 경제 문제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물론 나이 지긋한 분들이 대부분인 탓도 있겠지만 어려워지는 살림살이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대부분 주변의 자영 사업자 분들이라는 공통점도 있었지만 장사도 안 되고 돈이 이렇게 돌지 않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마디씩 하십니다. 내수 불황의 긴 터널 속에서 언제 빠져 나올 수 있을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불황이다 보니 청년실업은 늘고 투자된 돈은 회수되지도 않고 악순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듯 합니다. 어렵다 어렵다 하니까 돈 여유가 있는 부자들도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인 즉 장래가 불안 하다는 얘기랍니다.
꼭 이웃나라 일본의 버블 경제 시기를 보는 것 같습니다. 아니 우리나라로 그 여파가 넘어 온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4~5년 전 일본의 내수가 그랬답니다. 지금은 그 그늘에서 벗어나 상승 기류를 타고 있는 게 일본 경제인데 우리나라는 언제쯤 벗어 날수 있을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수출이 그나마 버텨주는 것이 천만 다행인 듯 합니다. 하지만 달러화 약세로 일반 제조업들은 그저 앉아서 10%정도의 손실을 끌어안고 있습니다. 전부 이익으로 반영되어야 할 몫이 환율문제로 허공으로 사라집니다.
2005년 새해, 새아침.
산 정상에서 새해의 꿈을 소망을 펼쳐 봅니다.
거창한 소망은 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늘 달성하지도 못하고 허공에 뜨는 그런 허황은 세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저 순리대로 살아가는 삶 속에서 작은 몇 가지를 그려 봅니다.
첫 번째 건강입니다. 재물을 잃으면 잃는만큼 없어지지만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어 버립니다.
그리고 50대중반, 가족을 보살피고 가정을 꾸려가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기 때문이죠, 그러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며 몸을 관리해야 합니다. 건강은 스스로 지켜야 할 덕목입니다.
누가 대신 해줄 수도 없습니다. 비싼 약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움직여 만드는 활력이 필요 합니다. 그러기 위해 금년 한해도 열심히 걷기로 했습니다. 더 많이 움직이며 살아가기로 맹세해 봅니다.
그리고 적게 먹고 편히 쉬고 절주하는 여유로움을 유지해 보기로 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을 수는 없지만 스스로 자기 몸을 학대하는 그런 마음을 갖지 않기로 해 봅니다.
두 번째 자연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가지려 합니다. 산 좋고 물 좋은 금수강산, 꼭 큰 산의 정상만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이름 없는 작은 산, 계곡 강물이라도 휴일 시간을 만들어 열심히 다녀보려 합니다.
그 속에서 불어 주는 한줌 바람에 시원함을 느끼고 풀숲 작은 꽃잎에서 순수한 꽃의 향기도 맡아 보려 합니다. 작은 암자 처마에서 바람에 우는 풍경소리의 고즈넉함도 들어보고 포장되지 않은 오솔길에서 흙의 부드러움도 발가락에 느껴 보려 합니다.
흐르는 계곡물에 발도 씻어보고 매미소리 들리는 큰 정자나무 아래서 준비한 매트 깔고 떠가는 흰 구름 보며 잠들어 보고 싶기도 합니다.
세 번째 삶에서 여유를 만들고 싶습니다.
각박하고 냉정한 사회의 소용돌이 속이지만 그 소용돌이에 말려들기보다 비껴가는 삶을 만들려 합니다. 조금 손해보는듯한, 조금 어수룩해 보이면 어떻습니까. 스스로 만족하고 스스로 즐기고 그곳에서 행복을 느끼면 되지 않겠습니까?
비상(飛上) 하기 위해 웅장한 엔진 소리를 내는 비행기처럼 2005년 새해 힘차게 뛰어 보렵니다. 그리고 새해에는 모두에게 충만된 삶이 되기를, 모두에게 행복된 나날이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그저 몇 가지 작은 소망을 새해에 갖고져 합니다. 밝아온 새해. 2005년의 한해가 복되고 즐거운 나날이 되기를 새해 새아침에 몇 자 적어 봅니다.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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