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만 무진 마음을 쓰는 습관은 인류의 편파적인 집착이랄까.
몸의 다른 부분은 억울하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요즘처럼 얼굴에 그렇게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웃의 평범한 얼굴만 보면서 살았기 때문이다.
요새는 밤낮 텔레비전만 보면서 사니 거기에 나오는 일급 미녀들의 얼굴이 표준이 된다.
여성들은 언제부터 그렇게 아름다운 얼굴을 원하게 된 것일까.
텔레비전의 비극인 셈이다.
얼굴이 아름다운 여인이 거울을 더 자주 보는가.
우리 아파트의 청송를 열심히 하는 아주머니는 무슨 상처라도 되는지 거무튀튀한 얼룩이 양쪽 볼을 뒤덮고 있다.
그녀는 엘리베이터의 거울도 부지런히 닦는데 그때 거울 속의 얼굴도 열심히 보는가.
사람은 남이 자기에 쏟는 관심보다 몇십 배나 더 자기 얼굴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니까 자기 얼굴의 단골은 단연 자신이라고 하겠다.
사춘기 때야 길을 가면서도 제 얼굴을 떠울리고 누구와 인사할 때도 상대의 얼굴보다 내 얼굴을 생각하는 수도 있겠지.
그러나 나이 들어서는 남편의 사랑 속에 사는데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왜냐하면 남자는 아내의 얼굴은 별로 안 보며 살고, 대신 그녀가 더해 주는 태도에 마음이 간다.
그러니 슬쩍은 모르지만 파고들 듯이 거울을 볼 필요는 없겠다.
더구나 마음도 아닌 얼굴일 바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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