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이라서 그런지 옛 홍명상가 앞과 신도극장 앞이 관광 버스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경제가 모두들 어렵다고들 하지만 휴일날 관광 떠나는 사람들 숫자는 예나 조금도 다른게 없는듯하다.
관광은 가족이나 계모임 또는 각종단체가 화합과 분위기 쇄신등을 이유로 우리들 사회에 옛날부터 있어 왔던것 같다.
버스 속에서 눈인사가 오고가고 난후 버스가 짜증스럽도록 혼잡한 대전 시내를 빠져나가 고향땅이기도 한 금산인삼랜드 휴게소에 정차했다.
언제나 일행을 위해 수고하시는 김 총무께서 오늘은 반찬이 네가지나 준비해주었고, 구수한 씨레기국에 밥을 나누어 준다.
인삼랜드 화단 옆 시멘트 부록계단위에 올라서서 반찬을 바위위에 올려놓고 모두들 아침식사가 시작되었다.
3개월 동안 함께 근무했던 고
선배(68세)도 함께 맛있게 먹은 아침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나이에 비해 무척 건강하고 신체가 강건하여 아직 일을 더 할수 있었지만 나이 때문에 직장을 고만 두는 선배가 섭섭하고 또 안스러워 떠나는 날 저녁 고량주 2병과 팔보채 안주로 섭섭함을 달래고 이내 나는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동안 본인이 사용하던 짐을 챙기면서 슬픈 콧노래를(내겐 그렇게 들렸다)부르는데 먼 훗날 나의 모습인양 가슴이 저려왔다.
그러나 오늘 산행에 나와 주어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모른다.
금산에서 조그만 공장을 운영할 때는 경기가 매우 좋았단다.
그런 모습을 보면 사람이 사는 것도 별것이 아닌데 왜 모두들 그렇게들 사는지 모르겠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세상만 변하는게 아니라 사람도 세상 따라 변해 가고 있다.
변해야 살아남을 수가 있는 것인지?
법이론도 변해가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가 달라져 가는 것만은 부정할 수가 없나 보다.
이 좋은 가을에 만발한 국화를 보며 친일파로 분류되어 사진과 함께 지하철 휴게공간에 초라하게 서있는 시인 미당 서정주님을 생각해본다.
우리들이 학교에 다닐 때는 그분의 유명한 시 이기도한 “국화 옆에서” 란 시가 생각난다.
교과서에도 나와 당시 그 시를 학생들이 애송했던 걸로 기억되건만, 애송하던 우리들이 아직 죽지도 아니했는데 최근 친일파란 이름이 하나 더 붙은 불행한 시인으로 변해버렸다.
버스가 경남 고성군 와룡리 수태 산 능선을 올라간다.
비교적 가파르지 않은 능선 계곡이었으나 도로양옆에 울창한 동백나무와 소나무
틈새를 올라가는 버스가 힘겨워 한다.
버스 우편에 자리한 문수암 모습이 멀리서 보아도 매우 정교하게 건축된 것으로 보인다.
바다를 향해 고고하게 서있는 문수암 바로 앞 멀리 남해 바다가 보이며, 그리고 좌측에 서있는 보현사을 보고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부처님은 어느 사찰이나 법당 안에 모셔져 있는데 이곳 보현사는 부처님이 남해바다를 등지고 보현사 지붕위로 상반신이 나와 우리들 일행을 바라보고 계신다.
처음에는 놀라고 또 놀랬으나 나중에 혼자 생각하니, 남해바다 건너 저쪽은 일본이란 나라가 있어 임진왜란 때 그들에게 국토를 침탈당한 굴욕을 생각하며 일본 땅이 있는 남해바다을 안보려고 부처님이 남해 바다를 등을 지고 앉아계시는구나 라고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보현사를 창건하신 분의 깊은 뜻을 이해 할 듯싶다.
친일파로 변해버린 미당 서정주시인과는 대조적인 경우라서 더더욱 창건하신분의 고결한 애국정신이 돋보인다.
특히, 바다가 가까워 염분 때문에 쉽게 부식될 우려가 있는데도 그런 건축법을 생각하신 그분의 나라사랑 정신이 후세인 우리들 사회에 일반화되어 계승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다.
고 선배와 버스로 보현사를 내려와 천년고찰인 “운흥사”로 향했다.
운흥사는 신라 문무왕때 의상대사가(676)창건한 사찰로서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지휘한 승병의 거점 사찰이기도 했다.
사찰은 대부분 6.25때 소진되었으며, 지금전하는 영산전은 1731년 영조 7년에 증건 된것이다.
이 사찰의 특징은 임진왜란때 산화한 승병과 의병의 명복을 비는 영산재를 이곳에서 매년 거행하고 있다.
고요한 사찰 한쪽에 자리한 진돗개 한마리가 일행을 반기며 꼬리를 흔든다.
주변 나무나 빽빽한 대나무숲 그리고 2~3백년 됨 즉한 동백과 단풍나무 잔가지까지 가을을 가득담은 감나무와 은행나무가 천년 고찰을 말해 주고 있다.
사찰 아래 작은 공간에 자리한 바위 위에 앉아 고선배와 준비한 김밥과 고량주 2병 그리고 떡갈비로 점심을 마치고 구 삼거리을 향해 시내버스에 몸을 실고 달렸다.
아직 거두지 못한 가을 곡식들이 들판에 널려있고, 우리들은 구 삼거리 식당에서 모자란 주량을 이곳에서 채우고 본대 일행과 합류하기위해 다시 “운흥사” 주차장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이 자리를 빌어 당시 무례했던 나의 잘못을 사과드린다.
언제 다시 만나는 기회가 있으면 고량주 2병 정도는 함께 했으면 한다.
고선배 만수무강하시고, 하시는 사업 번창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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