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추적 추적 내리는 겨울비.
겨울과 비는 어울리지 않는다.
양복입고 갓쓴 모양이랄까? 겨울은 겨울답게 눈이 내려야 제격이다.
앙상한 나무가지에 하얗게 쌓인 눈, 생각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릴것 같다.
하얀 백설위에서 강아지처럼 이리뛰고 저리뛰던
시절이 언제였던가, 까마득한 기억이다.
어릴적 기억뿐이다. 눈사람 만들고 산비탈에서 미끄럼 타며
장갑도 없이 호호 젖은손 불던시절.
지금은 눈내린 풍경의 낭만보다 당장 운전 할 걱정이 앞서는게
사실이다. 그건 삶에 찌들어 버린 초라한 모습인가.
비 내리는 오후,
미술관에서 축하 드릴분을 만나기로 했다.
그저 만나 점심식사 나누기보다 이곳 아주 미술관에서
조영남씨의 미술작품 전시회가 있다고 해서 같이 관람키로 했기 때문이다.
힘든 삶속에서도 주옥같은 시(詩)를 가슴으로 그려내셔서
유명 문학지를 통해 이번에 시인으로 등단되신 분과의 만남이다.
축하드리고 싶어서다, 그리고 등단된 문학지도 받고 싶어서---.
늘 공부하시는 분이다. 오십을 넘나드는 나이시지만 1급 한자 인정시험도 통과
하신분이다. 배움의 열정이 남다르신 분이다. 존경스러울 뿐이다.
이곳 대전 아주미술관. 북대전 I.C 입구에 있다.
T.V방송 안내를 보고 알았다 이름하여 '삼팔광땡 조영남 전'이
11월 28일부터 내년 2월 8일까지 열리고 있는 중이다.
40여년간 작업한 회화, 콜라주, 조각작품등 150여점이 선보였단다 "화개장터"란
노래로 잘 알려진 가수, "체험 삶의 현장"MC로도 더욱 잘 알려진 조영남씨.
그분의 그림을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대전에서 전시될줄은 몰랐다.
가수, 방송인, 작가, 미술가, 서울대 음대 성악과 출신,
미국 플로리다 트리니티 그리스도 신학교에서 신학 학위를 취득한 다재 다양한
만능인이다.
미술관에 들어섰다, 관람객이 많은 편이었다.
여성분들이 많다, 평일 낮이기 때문인가보다.
기대반, 설레임반
우선 만나는 소재가 화투다.
삼,팔 광땡의 커다란 모습이 나를 이끈다.
그리고 콜라 PET병을 벽면 한쪽에 잔뜩 쌓아 두었다.
그것도 예술성의 남다른 표현인가 보다.
미술품을 둘러본다
넓은 미술관, 지하, 지상1층 2층 진열실까지 작품이 걸렸다.조영남 작품 회화의 소재들은 공통점이 있다.
화투(대표적이다), 바구니, 태극기. 바둑판, 사진, 카드, 헝겊,
지푸라기끈, 마분지등의 콜라주 작품과 구성주의적 조각작품이 많았다.
그의 표현양식은 입체적, 추상적, 초현실적 다다이즘적인 요소로 다양하다.
그의 독특함이 보는이에게 흥미를 자아낸다.
향토적인 초가집 지붕이나 노래 음표가 되어버린 바구니,
소박한 시골 교회, 꿈틀거리는 듯한 태극기 모양, 화투와 카드의 배치, 사진과
화투의 병렬. 비가 되어 내리는 화투패.
춤을 추는듯한 코르크 마개들이 그의 작품을 메우고 있다.
나는 미술품의 표현방식이나 진가를 잘 모른다.
하지만 조영남 씨의 작품은 참 솔직하다.
무엇보다 즐겁고 재미있다. 대중적 감성을 잘 승화하고 있다.
'삼팔광땡' 이라는 화투놀이의 저급이라할 수 있는
말의 의미를 조영남은 '대중의 희망' 이라는 뜻으로 승화시켰단다.
미술품을 잘 모르는 내눈에는 진정한
가치보다 보는 즐거움에서 흥미를 느낀다.
아무뜻도 모르는 서양화를 거짓으로 감상하기 보다
얼마나 쉽게 가슴에 와 닿은 의미인가.
베토벤과 모짜르트를 잘 구분하진 못해도 음악을 들을수 있다는것,
자체가 즐거움 아닌가 쉽다. 내 솔직함이다.
나는 오늘 조영남씨의 작품을 돌아보고 그의 열정과 끈기, 하고자 하는 의욕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었다.
취미생활을 넘어 프로의 세계에 당당히 진출한 그의 노력, 그리고 작품성.
말이 150여점이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 열정을 붓에 담아냈는가
일반인은 모른다.
그 작품 하나를 탄생시키기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를----. 절대 고독
그것이 예술의 시작이라는데 조영남씨도 고독의 시절이 있었나 보다.
어느 화가의 고충을 들어본 적이 있다.
대한민국 국전에서 특선을 하신분이다.
그림 한점 제출하기 위해 같은 그림을 500여장 그렸단다.
그리다가 버리고 또 다시 그리고...
또 버리기를 500여장------.
'내 눈에 잘못된 부분이 보이는데 심사위원 눈에는 안보이겠냐'는
것이 그의 솔직함이었다.
예술의 세계는 끝이 없다 정상이 없다.
정상인듯 싶으면 또 다른 정상이 저만치 보인단다.
도공이 백자 하나를 건지기 위해 수십개의 백자를 깨버리듯 글자 한자
쓰기위해 몇날을 밤새우듯, 예술의 세계는 혼이 들어야 한다.
시(詩)한편 읽는 사람은 단숨이지만, 그 시를 탄생시킨 시인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 갔을것이다.. 지우고 다시 쓰고... 또 몇날후 다시 쓰고
또 지우기를 몇번, 그런 산고의 고통후에 아름다운 시 한편이
탄생하는 것이다.
나는 조영남씨에게 아낌없는 찬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그의 불타는 예술혼을 닮고 싶다.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았다. 5000원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전시회,
꼭 한번 들려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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