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해가 가고 또 다시 새해가 밝았습니다.
내 가슴속에 새겨진 지난 2008년.
내겐 결코 잊혀질 수 없는 한해가 될겁니다.
기쁨과 슬픔이 공존했던 세월의 흐름이었습니다.
4월 26일 13:00 (토) 딸의 결혼식 날입니다.
모든 사람들의 축복속에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결혼식은 성대히 거행되고, 많은 내빈들이 먼 대구 까지 오셔서 축복해 주셨습니다. 참으로 기쁜날 이었습니다.
성실하고 듬직한 사위. 아들 하나를 더 얻는 행복감에 감출수 없는 미소가 내 얼굴에 머물렀습니다.
일본 오사카에서 오직 결혼 축하를 위해 일부러 방문해주신 지인 "다나베"사장님에겐 너무 송구스러울 뿐이었습니다.
결혼식을 마치고 축하주를 받다 보니 얼굴이 붉게 나도 모르게 변해버렸습니다.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도, 몸도, 차도 그렇게 가벼울 수 가 없었습니다.
신이 났었지요. 차도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렸습니다.
자식을 출가시키는 기쁨.그것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느낄수 있는 환희 였나 봅니다.
내 결혼식날이 엊그제로 기억되는것 같은데---- 벌써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삶에는 늘상 좋은일만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90세의 아버님이 척추문제로 어려운 수술을 두번이나 감내하셨습니다.
그것도 한번에 5시간이 넘는 대 수술이었습니다.
일반병원에서는 연세가 고령이시라 수술을 권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통증을 감내하시기가 어려워 척추 전문병원에서 수술을 하셨습니다.
초기결과는 좋았습니다. 통증도 없어지고 다시 건강을 되 찾는듯 하셨지만 끝내 완쾌되시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수술 후 10개월을 고통없이 지내신것에 저는 만족해야 했습니다.
집도 의사의 사전경고가 제겐 있었습니다.
1년을 넘기시기 어렵다는 결론을 알면서도 고통의 통증에서 해방시켜 드리고자 부득이 선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아버님에겐 비밀이었고 형제들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판단을 내리기 위해 충주에서 대전으로, 대전에서 서울로, 대형 대학 병원을 오가야했습니다.
하지만 아버님을 위한 일이기에 스케줄을 바꾸고, 시간을 쪼개가며 모셨습니다.
늘 '고맙다'라고 말씀해 주시는 아버님의 말씀에 힘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전문 의사의 경고가 있었기에 사시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고자 했습니다.
시내병원에서 입, 퇴원을 반복하다가 한적한 요양병원으로 다시 모셨습니다.
아버님이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아니 어떤 예감을 감지하셨는지도 모릅니다.
여쭈어 볼 사항이 아니었습니다.
병원에 말씀을 전해 놓았지요 의사에게도 진료 경과를 말씀드리고 사시는 날까지 통증이 없도록만 하여 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의료보험이 적용 안되는 통증 완화제도 처방해 달라고 했습니다.
병원비는 5형제가 분담했기에 큰 부담은 되지 않았습니다.
봄빛 따스한 2008년 5월 어느날,
병원에서 외출 허가를 받아 휠체어를 트렁크에 싣고 주변 충주댐 근처로 드라이브 겸 점심을 사드리려 모시고 나왔습니다.
연초록 새록새록 피어나는 나무들. 햇빛 받아 충주호의 잔잔한 물결에 은빛파도가 일렁이던 봄. 봄날의 축제였습니다.
충주호 순환로를 따라 시원한 물가를 천천히 순회하였습니다.
병실에만 계셨던 아버님에게 시원한 바람이라도 쏘여드리고 싶어서요.
그리고 주변 자주가던 식당에서 야채송이 비빔회를 사드렸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셔서 이동은 휠체어를 이용 해야 했습니다.
전에부터 맛있게 잘 잡수시던 메뉴였습니다.
그날도 천천히 한그릇을 비우셨습니다.
이동시 척추에 전달되는 통증외엔 큰 불편은 그당시만 해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보호자로 같이 계시던 어머님. 늘 아버님 건강 걱정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3개월후 아버님은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수술 집도 의사가 경고한날을 2개월 지난 날이었습니다.
그날의 외식이 제가 사드렸던 밖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되신겁니다.
8월 초춘 혼미를 거듭하셨습니다.
꼭 밤 11시가 넘어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 당직의사의 다급한 전화가 울렸습니다.
제가 전화를 받고 밤길을 달려 충주에 도착하면 1시쯤 됩니다.
도착하고 나면 다시 의식을 회복하셨습니다.
그렇게 중환자실 복도에서 밤 새우기를 4번째날. 8월 10일 일요일 밤 10시 30분 아버님은 끝내 하늘나라로 떠나셨습니다.
90세를 마지막으로 세상 삶을 마감하셨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 의사의 "사망하셨습니다" 라는 마지막 진단이었습니다.
그건 참으로 단순했습니다.
아주 평온한 모습으로 눈을 감으셨습니다.
예상했던 죽음이셨기에 우리 형제들은 미리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장지를 마련하고 손님을 맞이 했습니다.
저에겐 처음 겪는 장례 일정. 많은 사람들의 염려와 격려로 잘 모실수 있었습니다.
아버님이 살아 생전 준비해 두신 곳으로 모셨습니다.
그렇게 아버님은 우리와 이별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삶의 의욕을 잃으신 어머님. 심한 우울증에서 벗어나시기 못했습니다.
보호자로 계시던 어머님도 다시 환자가 되어 입원 하셨습니다.
말도 잃어버리고 가끔 사람도 잘 알아 보시지 못하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확실한 병명을 몰라 건대 충주병원에서 검사하는데만 일주일이상 입원해야 했습니다.
결론은 우울증이었습니다.
그렇게 아버님이 그리우셨던지, 아니면 아버님이 모시고 가셨는지, 꼭 40일만에 83세로 어머님도 세상과 이별을 하셨습니다.
돌아가시는 날 오전에 건대 충주병원에서 뇌신경 조사를 위한 MRI촬영이 있었는데 그날밤 11시 우리들과 이별을 해야했습니다.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눈물보다도 허무감이 자신을 사로잡고 말았습니다.
한해, 그것도 2달도 채 못되는 기간에 아버님, 어머님이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내 어릴적부터 돌아가시는 날까지 내 머리속 에서는 지나온 날들이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어려운 농촌 생활에서 5남 3녀, 8남매를 키워 모두들 학교 보내고, 출가 시켰습니다.
만족스럽진 못했지만, 남부럽지 않게 키우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 은공보다는 늘 불만이 많았지요
이제 성장해서는 키워 주신것보다 스스로 컷다고 불만만 늘어놓았던 우매한 형제자매들.
돌아가시고 나니까 그 큰 부모님의 빈자리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효도 하려 하니 부모님 계시지 않고, 이제 우리가 할일은, 아니 부모님께 효도하는 길은
형제 자매가 가깝게 지내며 우애좋게 지내는 길 뿐이지요
하늘나라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시겠지요
고통과 아픔없는 천국에서 다른 삶을 아버님 어머님 펼쳐가십시오.
저희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잘있습니다.
2008년이 저물었습니다.
저에겐 정말 다사다난 했던 한해였지요
2009년, 지난해 아픔을 딛고, 새롭게 더 성실하게, 열심히 건강하게 살겠습니다.
그렇게 2008년은 저물고 새해가 밝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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