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군사정권 시절 2중과세 논란으로 양력설, 음력설로 구분되다가 이제 진정한 설날로 부르게 된 것이 그리 멀지 않은 얘기다.
그 당시 신정(新正)쇄기를 그토록 강요했지만 일부 공무원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은 구정을 설날로 여겨왔고 휴일로 정식 공포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쉬는 곳이 많았다.
조상대대로 내려오던 관습을 명령 하나로 바꾸기는 어려웠나 보다. 물론 이중과세의 폐단도 있었지만 음력설을 양성화해서 휴일로 정하고 나니 규제 당시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진정한 설날의 모습을 되찾은 듯 하다.
거의 대부분이 음력설을 설날로 정하고 조상님께 차례도 지내고 성묘도 하는 본래의 우리 정서로 바뀌어 정착 되었다. 그러기에 평소보다 4~5배 시간이 걸려도 우리는 고향을 향해 출발한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차는 내려간다. 밀리고 밀려 고속도로! 정체 되어도 되돌아 갈 생각도 안한다. 그저 고향의 향수를 느끼고 온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성묘도 하고 다시 내려온 길을 재촉하며 다음날 출발하는 일정이라도 모두가 고향으로 향한다.
교통 체증 때문에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들이 상경하시는 역 귀성이 있긴 하지만 아직은 일부에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되려면 한 세대가 바뀌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가 태어나서 성장할 시기는 농경중심의 사회였다. 그러기에 대부분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학교 다녔지만 우리가 취업할 나이가 되었을때 산업 사회로 변화되면서 고향을 떠나 도시로 도시로 몰려 들었다.
그러다 보니 시골엔 나이드신 분들이 주로 남으시게 되셨고 젊은이들은 공장 따라 서울로, 울산으로, 대전으로 이사해 타지에서의 삶을 정착하게 되었다.
도심은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시골은 점점 줄어 초등학교도 많이 폐교되어 면단위 정도에 1개교가 남아있을 정도가 되었지만 그것도 총 학생수가 100여명을 넘나드는 정도란다.
삶의 터전이 바뀌어 버리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도심 주변은 신축되는 아파트 단지로 변해 버렸다.
인천 공항이 개항되기전 김포 공항에 비행기가 내릴때쯤 밖을 내려다 보면 온 천지가 아파트 단지다. 어느 일본인은 그것을 보고 「아파트 공화국」이라 표현했다. 김포공항 주변만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가 도심 주변은 아파트 단지로 변해 버렸다.
인구는 늘어나고 소득 수준은 오르다 보니 삶의 질을 논하는 수준이 되었고 좁은 땅에 많은 사람들이 밀집 되어 살다 보니 아파트의 증가는 새삼스런 얘기가 될 수 없다.
우리 결혼 초기 시절처럼 방 하나에 부엌하나 달린 전세방을 구하던 시절은 사라지고 비록 전세일망정 요즈음은 대부분 아파트 한 채, ONE ROOM, 또는 2 ROOM정도의 삶을 희망하는 세대로 변했다.
무릇 삶은 편의성을 쫓아 쉼 없이 변한다.
어쩌면 그것은 소득 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같이 점점 향상되는 그래프 같은것 인지도 모른다.
옛것이 다 좋은 것은 물론 아니다. 옛 대가족 시스템에서 지금은 자기 가족 중심의 핵가족으로 변했다.
자녀들도 지금은 대부분 둘 정도다. 아들 하나 딸하나 두다보니 형제란 얘기도, 자매란 얘기도 언젠간 사라질지 모른다. 사촌이란 말이 점점 새롭게 들리는게 현실이다. 통신과 교통의 발달은 사람과 사람사이를 더 멀어가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옛날엔 방학이 되면 외가집을 가거나 고모집 찾아 며칠씩 놀다 오던 것이 상례화였는데 지금은 그저 특별한 일이 있을때도 당일 다녀 오는 것이 습관화되었다. 물론 바쁜 세상에 서로가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배려도 있지만 그만큼 사람간의 정이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 보니 요즈음 성장하는 아이들은 가까운 친구나 친척과 밖에서 뛰어놀기 보다 방안에서 컴퓨터나 게임기에 빠져 혼자 즐기는 「나 홀로 족」들이 늘어 난다고 한다.
정서적으로 보면 요즈음 아이들 걱정이 된다.
그들이 성장했을때 어린 시절의 추억은 무엇이 남아있을까?
시멘트 구조물인 아파트에서 컴퓨터 즐기던 모습 뿐이지 않을까?
아니면 학교 수업 마치고 몇 군데씩 다녀야 했던 학원 풍경뿐이지 않을까?
자연의 풍요로움, 아름다움,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신선한 느낌, 오솔길에 피어난 민들레 노란꽃의 정겨움, 불어주는 바람의 시원함, 산새들의 노래소리 같은 것을 기억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늘 쫓기며 일류 대학가기 위에서는 공부해야 한다는 압박감만 머리에 남지 않을까?
나이 어린 초등학생을 해외로 유학 보내고 그 자녀를 돌보기 위해 어머니는 따라서 출국하고 홀로 남아 돈 벌어야 하는 속칭 「기러기 아빠」
가끔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그들의 가정 파탄은 우리 모두를 슬프게 만든다.
무엇 때문에 사는지, 왜 사는지, 왜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삶에 찌들며 살아온 부모의 한을 자식에게는 물려주지 않기 위해 결행한 당연한 결정이라 해도 그것이 성취 되기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파괴되는 모습이란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아닐까?
물론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극소수 사람들의 얘기가 언론에 흥미위주로 흘려지는 경우도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그렇게 초등학생 시절부터 외국 유학을 보내야 한다는 것은 조금 잘못된 것은 아닐까?
스스로의 판단과 책임질 수 있는 연령인 대학생 정도면 혼자 보내도 되겠지만 …
며칠후면 설날이다. 금년 설도 귀향 교통전쟁은 피할수 없으리라.
어려운 경제 상황이지만 온가족, 형제가 모여 삶을 얘기하고 함께 조상의 묘를 찾아 인사드리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풍습이다.
자식들 오기를 손 꼽아 기다리실 부모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길어야 2~3일 머물 수밖에 없지만 우리 부모님들은 이것 저것 농산물을 챙기신다.
쌀, 고추, 고구마, 감자, 배추, 무우 게다가 참기름까지 주섬 주섬 비닐 봉지에 담아 두고 계시리라. 고향 찾을때는 선물 꾸러미 한, 두개 들고 가지만 돌아 올때는 차량 트렁크를 가득 채운다.
아마도 이렇게 움직이는 농산물도 전국적으로 따져보면 엄청난 물량이 되리라 추측된다. 늘 감사 드릴 수밖에 없다. 금년엔 용돈이라도 더 드려야 겠다.
옛 고향의 모습도 다시 한번 돌아보며 변해가는 산천도 확인하고 뒷마을 어르신들도 찾아 뵙고 세배드리는 풍습, 그러면서 오랜만에 귀향한 친구들. 선배들. 후배들도 만나 우리 어린시절의 아련한 추억도 하나씩 하나씩 나누어 보자.
즐거운 모습도, 좋지 않은 모습도 있을 수 있지만 지난 것은 모두가 아름답게 피어 나리라.
눈감고 옹알거려 본다. 옛 동요의 노래를
♬ ?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 이래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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