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번 사람을 보내서 출사해달라고 했으나 끝내 거절을 하던 이들의 이상한 동태에 의심을 갖게 되자 방원은 금주에 연통을 보내 두 대감들의 동태를 감시하고 그전에 출사할 것을 다시한번 하라고 명을 내렸다.
도성으로부터 명을 받은 금주지사는 손수 도소재대감을 찾아 그 뜻을 전했으나 요지부동인바 지사는 관원들을 풀어 감시를 하면 상황을 두 대감님들이 눈치를 챌 것 같아 금주에서 망나니짓만 골라하는 이괴를 불러 그들을 감시하게 하였다.
이괴는 매일 빈둥빈둥 할일없이 지내며 저녁엔 주막에 들러 술이나 마시고 혹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끼어들어 판을 벌이는 금주 저자거리의 명물 아닌 명물이었다.
이런 이괴가 금주지사로부터 두 대감들의 감시를 부탁하는 청을 받자 살판이라도 난 듯 흥이나서 뻔질나게 도소재대감이 살고 있는 마을과 야은대감이 머물고 있는 마을을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갔다 하며 틈나는 대로 주막에 들러 술을 마시곤 하였다.
원래 이괴는 망나니짓을 하고 다니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일을 마음속에 담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런 일이 몸쓰는 일이 아니고 기다리며 동태를 살피는 일이라 며칠이 지나자 짜증이 나기 시작을 하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몸쓰는 일을 하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하여 참을 수가 없는데 요즘 며칠은 그저 술마시고 왔다갔다 하다 보니 더욱 그랬다.
그날도 오후 늦게 집에서 나와 터덜터덜 걸어 신틀바위 모퉁이를 돌아가는 주막집에 주모 혼자 들마루에 걸터앉아 파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
보이자 가던 길의 목적을 잊어버리고 주막으로 들어가면서…
“어허, 주모! 사람이 없어 그리 쓸데없이 파리와 싸움을 하고
있는 거요?“
하루에도 몇 번씩 들랑거리며 술을 먹고 셈이 흐린 이괴가 오늘은 어쩐 일로 멀쩡한 정신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자 주모는 의아하다는 듯이
“하이고, 오늘은 웬일로 멀쩡한 정신으로 오는가?”
“멀쩡하다니? 그럼 내가 매일 안멀쩡하기라도 했다는 거여 뭐여? 이 할망태기가 말하는 것좀 보소!”
주모는 아직 나이를 먹었어도 할망태기라고 듣기에는 좀 그랬다. 그런데 이괴가 할망태기라고 하니 기분이 상하여,
“아니, 어따대고 할망태기라고 해?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냐? 이 빌어먹을 놈아!”
“어, 왜그리 화를 내고 그러셔? 아, 그러지 말고 술이나 한잔 주소.”
주모는 그런 이야기는 살면서 듣던 것이고 이괴가 술을 청하자 이내 수그러들며
“술이나 달라고 하지, 할망태기가 뭐여, 할망태기가? 그래도 옛적엔 날리던 몸인데 말야. 한번 알아봐라, 나한테 맘이 있어 지근거리던 놈들이 몇이나 되는지.”
“알고 있소, 알고있어. 그러니 어서 술이나 주소!”
주모는 꽤나 아름다운 미모를 갖고 있었지만 오랜 세월 이일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시달리다보니 이제는 나이가 먹은 티가 났지만 그래도 아직은 젊었을 때 모습이 남아있었다.
여름 오후 주막엔 이괴 뿐이고 주모는 할 일이 달리 없는 지라 이괴와 들마루에 자리를 같이 하고 있었다.
술을 몇사발을 마시자
이괴는 두 대감들의 동태를 살피는 일에 짜증이 났던지 무료하게 반복되는 일이 짜증이 났던지,
“에이, 아무런 일도 없는데 감시는 무슨 감시. 몸이 근질근질해서 죽겠네.”
“아니, 요즘 무슨 일을 하고 있나보네, 매일
지나다니드만. 그래 무슨 일인데 그렇게 짜증을 내면서 그러는가?”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저작권자 © 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범인 금산군수, 인삼 선호국가 베트남 시장 확대 광폭 행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