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최한용과 茶한잔의 여유를…
茶한잔의 여유 - 진천 재래시장을 가다최한용/DY 엔지니어링 대표 / 수필가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 조선일보사에서 보낸 재래시장 투어 이벤트 당첨 메일이었다. 댓글 이벤트에 응모한 적이 있었는데 내게도 행운이 함께 했나보다. 장소는 ‘진천 재래시장’이었다.

 

마침 일요일이고 이곳 대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흔쾌히 함께 하기로 했다. 서울에서는 버스로 가이드와 함께 이동한다고 했다. 나는 이곳에서 승용차로 움직여 진천 농다리 전시관에서 오전 9시 40분 합류하기로 하고 대전을 출발했다. 진천은 초행길. 농다리 전시관에 전화를 걸어 위치와 가는 길의 정보를 상세하게 받았다.

중부고속도로 오창 IC를 빠져나와 진천방향 17번 국도길. 왕복 4차선의 넓은 도로. 고속도로와 다를게 없는 시원한 도로다. 들녁은 푸르름에서 황금빛 들녁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결실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났다. 풍요의 계절이다. 도로변 코스모스도 예쁘게 피어, 높게 날고 있는 고추 잠자리와 함께 춤이라도 추는 듯 일렁인다.

달리지 않아도 빠른 길. 그게 여유로운 시간의 여행이다. 버스보다 내가 먼저 도착했다. 벌초 행렬때문에 고속도로 차량 정체로 좀 늦는다는 메세지가 왔다.

‘농다리 전시관’ 처음 와본 곳이다. 서울서 오는 일행을 기다리며 전시관 내부를 먼저 관람한다. 진천군에서 운영하고 있단다. 여성 근무자 한 분이 근무중이셨는데 커피까지 타 주시면서 바쁜 일정에도 안내와 설명에 최선을 다해주셨다. 얼마나 고마우시던지…. 그 감사의 말씀도 드리기 전에 서울에서 온 버스가 도착했다.
‘재래시장투어’ 재래시장(在來市場)이란 예전부터 있던 시장을 말한다. 백화점이나 신유통단지, 아니면 대형 할인매장과 견주어 비교되는 시장으로 이해하면 되리라.

농다리 쪽으로 해설사와 함께 이동한다. 9월 초순 농다리 축제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신종플루 때문에 취소되었다고 한다. 조롱박 터널을 지난다. 주렁주렁 예쁘게도 열렸다. 입구에 매달린 일명 도깨비 방망이라 명명된 조롱박 모습이 새롭다.

늘 그림으로 보던 도깨비 방망이를 꼭 빼닮았다. 그옆 농다리 카페와 편의점이 예쁘게 자리하고 가는 길목은 온통 꽃밭을 이루었다. 중부고속도로를 달려본 사람은 한번쯤 농다리 간판을 보았으리라. 진천방향으로 증평을 지나 터널 통과후 좌측에 간판과 함께 강을 건너는 징검다리가 그 유명한 농다리다.

현존하는 1000년이나 된 석교란다. 교각이라 부르는 돌무덤이 28개. 그 사이 사이를 넓적한 돌판을 얻어 놓아 강을 건너는 다리를 만들었다. 하늘 위에서 보면 지네 형상으로 보여진다고 해서 지네다리라고도 불렀단다. 해설사에 의하면 28개 교각 중 끝부분 3개가 왜정시절 의도적으로 무너뜨렸졌다고 하는데 지금까지도 홍수가 나면 그 개축된 3개 교각은 매년 무너진다고 한다.

석회석이나 시멘트로 보강된 것이 아니고 순수 돌덩이로만 쌓여진 교각이라는데 그 기술의 지혜는 1000년이 지난 지금도 풀리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의 참다운 지혜와 기술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하나, 둘 강물을 쳐다보며 농다리를 건넌다 돌무덤교각이 생각보다 크다. 그 돌 사이 사이를 물과 바람이 넘나들고 스며든다. 천년이 지난 돌다리. 지금도 건재하고 있음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바다와 섬을 연결하는 교량 토목공사 공법이 존재하는 현실이지만 이 작은 돌과 돌사이 축조법이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이 의아스럽기만 하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속담을 생각하며 발로 “쿵쿵” 힘을 주며 건넜다. 물소리, 바람소리, 고속도로 위 차량 달리는 소리가 화합을 이루며 밝은 소리를 낸다. 조선일보가 선정한 ‘아름다운 길 100선’에 이곳도 선정되었다고 한다. 정자가 세워졌고 그 산 언덕에는 인공폭포를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길은 또 다른 명소를 제공할 것이다. 금년 11월 완공 목표라는데 기대되는 멋진 풍경이 될듯 싶다.

농다리를 뒤로하고 진천 재래시장으로 향한다. 5, 0일이 진천장이란다. 대개 큰장이 5, 0일이다. 충주장이 그렇고 부여장, 옥천장, 보은장이 그렇다. 우리나라 재래시장은 요즘 들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도시민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바코드에 의해 계산되어지는 대형쇼핑센터의 삭막함보다 말 한마디 잘하면 값도 깎아주고 덤도 얹어주는 훈훈한 시골장터의 인정때문일 게다. 인심과 흥정, 가벼운 다툼이 가끔 이어지는 곳이 재래시장이다. 조영남씨의 화개장터 노래가사처럼 있어야 할 것은 다 있고 없는 것은 없고…. 시골 인심은 덤인가보다.

진천재래시장 관계자 말씀에 의하면 진천장이 전국 4대장에 끼일 정도란다. 하지만 그 4대장의 이름은 알려주지 않았다. 지방마다 자기 장터규모가 더 크다고 우겨대니… 발표된 공식 서열이 없나보다. 내가 알기에는 성남시의 모란장, 정선 5일장, 대전 유성장... 등 인가본데 그건 내 스스로의 판단이다. 공식화 하기는 어렵고 인터넷에도 그 순위는 뜨지 않았다.

시장투어는 자유로운 개인행동이다. 지정된 시간까지 버스로 모이라는 지시와 중소기업청에서 재래시장 육성 대책으로 발행된 재래시장 전용 상품권을 한장씩 받아들고 스스로 즐기는 투어가 시작된 것이다.

‘진천재래시장’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눈에 들어오고 그 사이사이 가을 햇살을 가린 천막아래 시끌벅적이는 진천장이 열리고 있었다. 넓다, 사람들도 많다, 없는게 없다, 추석을 맞으려면 아직 기간이 많았건만 명절을 위한 예비 장날처럼 붐빈다. 옷, 신발, 생선, 과일, 꽃,  닭, 토끼 ,강아지, 새… 등 팔리는 물건과 사고픈 물건은 없는게 없다.

“골라 골라”, “떨이 떨이”라 소리치는 걸쭉한 호객소리는 장터의 흥을 달군다.  비릿한 생선냄새, 텁텁한 흙냄새가 천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곳. 그곳에 몸빼 바지에 헐렁한 티셔츠 아줌마의 땀냄새까지 가미되어 훈훈한 인정이 오가는 곳. 그곳이 재래시장이다, 역시 재래시장의 꽃은 뻥튀기 아닐까?

호루라기 소리 길게 울리고 나면 “뻥이요”하는 소리와 함께 옥수수 티밥의 고소한 냄새가 시장을 덮는다. 오가는 사람에게 한줌 서비스는 기본이 되었다. 어린시절 시골에서의 장날은 기다려지는 최고의 날이었다. 기름기있는 순대국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는 행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들은 텁텁한 막걸리 한사발로 목을 축이고 어린 우리들에게는 국밥이라도 사주셨으니까 기다려질 수밖에 없었다.

서민대중의 민속장터 재래시장. 장터의 보너스는 구수한 입담을 자랑하는 약장수. 진천에도 어김없이 약장수 주변엔 많으신 촌로들이 모이셨다. “애들은 가라”로 시작되는 구수한 농담. 1봉지 10000원, 3봉지 20000원, 만병통치약이다. 안듣는 병이 없다. 죽은 사람도 이 약을 먹으면 벌떡 일어난단다.

알면서도 속고, 속으면서도 지갑을 연다. 한바탕 음담패설이 끝나면 약 팔기가 시작된다. 바람잡이는 지금도 있었다. 곧 갈 것이다라는 재촉성 발언에 조용하던 장터에 약을 사려고 줄을 선다. 돈 받기 바쁘다. 재래시장엔 정(情)이 있다. 옛 그리움이 있다. 우리네 부모님들의 주름진 얼굴이 다시 보여지는 듯하다.

한바퀴 긴 장터를 돌고나니 시장기가 돈다. 먹거리 집도 점심때라 그런지 줄을 서야했다. 청해식당, 칼국수집이다. 큰 대접에 한그릇 가득 담겨진 손 칼국수. 콩나물과 겉절이 김치가 한 그릇 가득 담겨져 덤으로 나온다. 한그릇 4000원. 양은 도심 백화점코너 음식점의 배도 넘는것 같다. 값은 2/3이고... 게다가 커피는 셀프일망정 무료로 제공되고... 걸쭉한 손칼국수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재래시장투어. 그곳에서 삶의 진실된 모습을 보았다. 내 어린시절 장날의 모습이 재현되는 듯 그 시절로 시간을 돌려 놓은것 같아 좋았다. 언제 성남 모란장을 한번 가보고 싶다. 아니, 강원도 정선 5일장도 다녀오고 싶다. 기회를 제공하여 주신  조선일보사에 감사를 드린다.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저작권자 © 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금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