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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일요일 아침 9시. 여유로움으로 TV채널을 돌리던 중 다큐멘터리 프로를 접하게 되었다. 다큐전문 채널 MBC life. 재방송이었지만 잔잔한 감동을 준 프로였다.
5,60대가 되면 대부분 사람들이 다큐프로를 즐긴단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를 늘어놓는 프로는 질색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그 프로를너무도 즐기기에 늘 황금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광고와 관련된 시청율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월정사 단기 출가 학교의 수행생활을 찍은 내레이션 없는 30일간의 기록이다. 제목하여 ‘출가’, 이미 2004년도 9월에 찍고, 당시 MBC에서 방영된 프로였다. 나도 본 기억이 생생하다. 그 당시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던 차에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다.
월정사 단기 출가 학교는 한국 최초로 삭발, 염의를 통해 행자 생활을 체험하는 과정이란다. 1년에 4번, 2004년도 개교하여 벌써 21기까지 수료했단다. 1기에 남녀 각각 30여명. 총 60명이 입교하는데 지금은 경쟁률이 6대 1을 넘는다고 한다.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란다.
자갈길의 적멸보궁까지 삼보 일배, 삼천배, 산행, 묵언수행 등 고통스런 프로그램이지만 대부분 수료한단다. 이번에 방영된 프로는 당시 14살 소년부터 70세에 이르는 할아버지까지 참가자 연령도 다양했다. 남자들은 예외없이 삭발을 해야 하고, 여성들은 희망자만 삭발한단다. 입교하면 밤 9시 취침, 새벽 3시 30분 기상. 묵언수행, 세차례의 예불, 울력, 발우공양 등 절집의 규율 준수는 물론 핸드폰, 전화, 가족면회, 신문, 잡지 구독 등이 철저히 통제된단다. 하기사 스스로 원해 자기가 비용(600000원)을 지불하고 입교하는 것이니까 그 결정의 책임과 수행은 본인의 의사결정에 따르는 것이다.
원한다고 다 입교하는 것이 아니다. 8명의 심사위원 스님들이 갈마(면접)를 통해 입교 여부를 결정짓는데 8명의 스님 중 1명이라도 반대하면 입교할 수 없단다. 대부분 입교자들이 절박한 사연이나 가슴속에 품고 있던 응어리를 풀려함이겠지만 본인의 의지를 시험하는 계기도 된단다. “그 누구인들 산속에 들어가, 도 닦을 생각이 없으랴만은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애욕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라는 원효스님의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의 글귀가 내 마음속을 뒤집는다.
TV를 보면서 나도 생각에 잠겨본다. 과연 나도 저 체험의 장에 합류할 수 있을까? 머리를 밀고, 한달간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버텨낼 수 있을까? 신문과 TV를 끊고, 오로지 수행만 전념 할 수 있을까? 매일 매일 쌓이는 이메일을 열어보지 않고, 견뎌낼 수 있을까? 늘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핸드폰 없이 지낼 수 있을까? 물론 입교한다면 지인들에게 연락하고 가겠지만 그 대목에서 자신이 없다. 체력적으로 이겨내는 것은 문제가 없겠다. 담배는 안피우니 걱정없고, 술도 그리 좋아하지 않으니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과의 소통, 그것이 문제다, 딸아이는 출가하고 아들은 대학생이니 가족은 문제되지 않지만 자신이 없다.
단기 출가학교는 월정사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단다. 출가 학교를 마치면 5가지 특징이 생긴단다.
1. 마음의 변화, 오픈 마인드가 된단다.
2. 열정이 넘치는 강사 스님들의 자기 성찰이 스스로의 수행을 돕는단다.
3. 절에서 함께하는 운력(運力), 속세에서 말하는 노동으로 공생적 의미를 느낀단다.
4. 자연과 하나됨을 느낄 수 있단다.
5. 단기출가학교 졸업생들과의 유대로 또 다른 삶의 구성원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단다.
그리고 오대광명(五臺光明)을 느낄 수 있기도 한단다.
1. 마음이 편안해지고
2. 몸이 맑아지고
3. 생각이 밝아지고
4.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되고
5. 부처님의 가피로 소원이 이루어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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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걱정도 해야 하고, 일 걱정도 해야 하고, 가족들 생계에 관련된 모든 것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 회사 근무할 때는 잘 몰랐다. 그저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고 바쁜 생활속에 다람쥐 쳇바퀴도는 생활이었지만 오로지 그 길에서 충실했다. 그렇게 30년을 한 직장에서 근무했다.
남들처럼 처짐없이 승진도 하고, 일한 보람도 있었다. 지금까지 모아둔 명함이었다. 담당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이사대우, 상무, 전무, 부사장까지…. 하지만 아직 체력은 건재하건만 기업에는 물러날 시기가 있다. 내가 오너가 아닌 이상…. 막상 당했을 때 참담하기도 했지만 스스로를 추스렸다. 아직 나이도 젊고 할일도 있고 일을 더 해야한다.
나는 ‘출가’라는 월정사 단기 학교 30일간의 기록을 보면서 마음속에 많은 것이 느껴졌다. 과연 그들은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버렸을까? 마음의 평정을 얻고 욕심을 버리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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