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용 DY엔지니어리대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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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주댐모습 | ||
고향 가는 길은 늘 즐겁다. 내가 태어나서 자라고, 성장한 곳. 형제자매가 오손도손 자라며 꿈을 키운 곳. 그게 고향이다.
우리네 농촌의 삶은 늘 고단했다. 그리고 춥고 배고팠다. 모든 게 부족했던 그 시대의 삶. 날씨도 유난히 추웠고 땔감도 부족했다. 심야전기보일러라든지 기름 보일러같은 것은 있지도 않았지만 그 당시 수입으론 설령 개발되었다 하더라도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작 석유곤로라 하여 등유를 사용했던 주방용품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심지가 빨리 타 버려 불완전 연소에 의한 그으름과 기름냄새로 실내에선 거의 사용이 어려웠다.
모든게 나무에 의존해야만 했던 것이 그 당시 난방이었다. 저녁에는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방바닥이 따뜻했으나 새벽이면 다시 구들장은 식어버려 냉골이 되었다. 게다가 단열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집이라 위풍이 세어 이불을 덮고 있어도 입김을 내불면 하얗게 김으로 변해버렸고 물그릇의 물은 아침이면 얼어버리곤 했다.
그런 추억들을 지금의 5, 60대 이상 사람들은 가슴속에 지니고 있다. 그런 어려움의 시대를 지나 지금은 모두가 잘 먹고 잘 입고 편하게 사는 세상이 되었다. 시골 농촌에도 아담한 양옥집에 기름보일러 놓고, 아니 오히려 맑은 공기속에서 자연의 순리를 직접 체험하며 더욱 여유롭게 사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도시에서 거꾸로 귀농한 사람들이 많다. 농촌이 불편하고, 살기 힘들다는 얘기는 오래전 얘기가 되었다. 몸으로 짓던 농사가 아니다. 지게로 져 나르던 시대는 갔다. 경운기, 트랙터, 이앙기등 기계화 영농이 되었고 비닐하우스에서 자라는 특수 작물은 농촌의 소득을 높여주고 있다. 천수답에 의존하던 시대에서 지금은 지하수 개발이나 농업용수 공급으로 가뭄을 극복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많이 변했지만 시골엔 젊은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도시로, 도시로 산업화 현장을 따라 떠난 것이다. 지금 시골엔 나이드신 어르신들만이 고향을 지키고 계신다. 아이들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고, 2부제 수업을 하던 초등교는 이제 학생수를 손으로 꼽을 정도의 학교도 있다. 그것도 면단위마다 2~3개의 학교가 있었으나 모두 통합되어 한 학교만이 운영되는 실정이다. 이 마을, 저,고을로 학생들을 등, 하교시키기 위해 통학버스를 학교에서 운영중이란다.
엊그제 신문을 보니 강원도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1명이 졸업을 했는데 참석인원이 근 50여명이나 되었단다. 상장도 교육감 상부터 학교장 상장까지 8개가 주어지고, 장학금 수여도 열개가 넘었단다. 1명 졸업생을 배출하면서 학교는 폐교되고 잔여 몇몇 학생들은 이 학교, 저 학교로 분산 배치되었단다. 서러움과 아쉬움에 동문들이 모여 졸업생을 축하하며 모두들 눈물바다가 된 졸업식이 되고 말았단다.
아직 내 고향, 내가 졸업한 초등교는 그런 수준이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다. 고향 갈 때마다 들러 보는 초등교. 내 어릴적 그렇게 넓어보이던 운동장은 어찌도 이리 작게만 보여질까? 학교의 그 당시 목조건물은 모두 헐려 없어지고, 아담한 콘크리트 건물로 바뀌었다. 학생 수는 100명 미만. 당시보다 8배가 줄었다. 그야말로 교실이 콩나물 시루 같았는데….
지금은 너무도 여유롭고 넓다. 과학실, 음악실, 미술실, 컴퓨터실 등…. 별도의 교실이 마련되었고 급식까지… 그야말로 우리시대와 비교하면 풍요로움의 극치다. 걸어다니던 시골 오솔길은 넓은 신작로로 바뀌면서 깔끔하게 아스콘으로 포장되었고 그 위를 노란 스쿨버스가 아이들을 태우고 다닌다.
방과 후 학교라 해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음악, 미술, 무용, 영어, 한문, 농악 등 자기가 즐기는 취미활동을 한단다. 영어는 원어민 교사가 배치되어 어릴적부터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해소시켜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주고 있단다. 조금만 공부에 열중하면 시골 학교도 학원에 다니는 도시학생들 못지 않게 공부할 수 있어 절대 처짐이 없단다.
설날을 맞아 다시 찾아가는 고향.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니 찾는 기회가 많이 줄었다. 아니 가족간의 행사나 초등교 모임, 결혼식 같은 행사가 없으면 찾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고향은 늘 그리움의 대상이자 어릴 적 순수한 마음의 동심이 살포시 살아나는 곳이다. 뒷산도 그대로, 집앞 벌판도 그대로, 동구밖 정자도, 그대로이건만 한 해 두 해 나이 먹어가는 자신만이 변하는 듯하다. 구불구불했던 논두렁, 밭두렁은 농경지 정리로 반듯 반듯해졌고 경사진 산자락 비탈밭은 경작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다시 산으로 변해버렸다. 옛 모습으로 환원된 것이다.
봄이면 늘 올라 진달래 꺾어먹던 앞산은 이제 오가는 사람이 없으니 길이 묻혀버려 오를 수가 없다. ‘준지봉’이라 부르던 우리집 뒷산의 정상. 어릴 적 그곳에 올라서면 저 아래 남한강 물이 보이고 서남쪽으론 충주비료공장의 웅장한 모습이, 그리고 단선의 제천과 조치원을 잇는 충북선의 선로가 가물가물 보이곤 했는데….
그리고 그 위 남한강을 건너는 작은배가 하루 종일 조동과 용탄을 오가곤 했는데… 지금은 오를 수도 없지만 모든 게 확 바뀌어 버렸다. 충주댐이 생기고, 충북선이 나란히 복선으로 신설되고 비료공장은 그 외모만 남겨진 채 다른 회사로 탈바꿈해 버렸다. 강을 건너던 나룻배 터와 배는 흑적도 없이 사라지고 댐 아래 교량이 놓여져 자동차만이 그 위를 질주하고 있다.
다슬기 줍던 강물도 충주댐의 발전 방류 여부에 따라 그 깊이가 수시로 변해버리고 강 주변 순환로 주변엔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민물고기 매운탕집만이 여기저기 생겨났다. 초등교 시절 봄, 가을 소풍때면 늘 가던 용대 강변 여울목은 이제 조용히 흐르는 강물소리에 그 흔적을 잃어버리고 아직도 남은 바위터만이 그 시절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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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위에서 내려다 본 충주호 물줄기 | ||
마을이 무척 컸던 용대마을은 수해로 다른 곳으로 집단 이전 입주가 되다 보니 이젠 전답만이 그 시절 마을터였음을 알려준다. 많이도 바뀌었다. 그게 고작 50여전 얘기인데 말이다. 아직 내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는데 주변 환경은 세월의 흐름속에 하나, 둘 묻혀간다.
고향은 늘 그리움의 산물이다. 연어가 다시 태어난 곳으로 태평양에서 먼거리를 헤엄쳐 오르듯 사람들도 마음속 고향은 잊혀지질 않는다. 주변은 산업화와 환경의 변화로 바뀌어질망정 어릴적 머릿속 고향은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도 그런 고향이 있어 갈수 있기에 행복한 것이다. 북녁에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들의 마음은 어떨까? 명절을 맞으며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고향이 있어 좋다. 언제나 갈 수 있어 더 좋다. 어릴 적 내 꿈이 자라던 곳, 그게 고향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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