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갖고 싶었고,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그리고 성장해서 어떻게 살기를 원했을까?
비 내리는 이른 봄날,
나무 새순 사이로 흘러 내리는 빗물을 보며 내 어릴적 시절로 돌아가 본다.
내 고향은 충주댐 부근, 산골 마을.
내 어릴적 꿈은 무엇이었을까?
그 당시, 댐은 없었고 그곳은 흐르는 남한강 물줄기였다.개헤엄치고, 올갱이 줍고, 여울목에서 돌덩이 쌓아놓고 쉬리 낚던 그런 강이였다.
나는 그곳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서울로 유학을 갔다.
공교롭게 군대 생활도 서울서 했고 도봉산, 북한산,강촌, 마석등, 서울 근교를 등산이라는 핑계로 놀러 다녔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학기초에는 헌책을 사려고 청계천 고 서점가를 많이도 왔다갔다 했다.
이공계 기술 서적은 당시 너무 비쌌기 때문이었다.
우리동네는 60여호 되는 농가 마을,
모두가 농사일에 매진했고 집들은 거의 전부 초가집이었다.
밭 농사로는 담배와 고추 농사가 주를 이루었고, 천수답 논은 늘 가뭄때문에 모심는 시기를 놓치기 일쑤였다.
지금처럼 농업 용수 공급이나 지하수 개발은 생각도 못하던 시절이였다.
그러다 보니 생활이 참으로 어려웠다,너무 못살았다
.우리만 그런게 아니라 대부분이 그랬다.
힘든 시절이었다. 부모님
은 힘들게 쉼없이 농사일을 하셨지만 돈이 되질 않았다.
늘 배불리 먹는게 최대의 바램이었다.
통상 저녁은 죽,아니면 감자나 고구마, 옥수수 등으로 가볍게 때워야 했다.
지금은 웰빙음식(참 살이 음식)이 되었지만 그 당시는 허기를 채우는 수단이었다.
힘든 농사일을 하기위해 아침과 점심은 밥을 먹었지만 저녁은 잠자는 일 밖에 없기에 늘 부실했다.
식량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함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건강식이었다고 할까?
삶이 그렇다 보니 모든게 아쉽고 모자람뿐이었다.
그래도 5KM가 넘는 초등학교는 열심히 뛰어다녔다.
개울을 건너고 산을 넘어야 했다.
가방은 한 번도 메어 본적이 없고, 책보에 싸서 어깨에 가로로 매고 다녔다.
깡통을 펴서 만든 그 당시 필통은 등뒤에서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며 화음을 만들었다.
빨간색의 네모진 가죽 가방은 늘 그리움의 대상이었지만 그 그리움으로만 남긴채 초등교를 졸업해야 했다.
비가 내리는 날은 학교가기가 참 고생스러웠다.
포장안된 시골길은 질척거렸고, 대나무 살로 만든 비닐 우산도 늘 모자라 비닐 비료부대를 오려 만든 것으로 뒤집어 쓰고 다녀야 했다.
요즈음 흔하디 흔한 검은색 천으로 만든 강철살의 우산은 고급스러움의 대명사였다.
그리고 비 오는날, 하얀 고무장화를 신고 다녔던 부잣집 아이들이 그 토록 부러울 수가 없었다.
우린 늘 검정 고무신이었다.
그것도 질겨야 한다고 타이어표 통 고무신이었다.
예쁜 운동화는 중학교를 들어간후 부터 신을수 있었다. 농구화라 불렸던 목이 긴 운동화가 그토록 신고 싶었지만 가질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나는 선택 받았다고 생각했다. 고맙게 생각했다.
지금이야 의무교육으로 다 진학하지만 내 시절만 해도 중학교 입학율이 반을 넘지 못했다.
초등교 졸업후 부모님을 도와 농사짓는 친구들이 더 많았다.
그러다 보니 토, 일요일, 공휴일,방학때는 농사일을 도와야 했다.
모든것을 사람 힘에 의존하던 농사일이라 고양이 손도 빌린다는 속담이 있듯이 바쁘고 많은 일 량에 비해 인력이 모자랐다
.일을 해야 했다. 작은 체구, 어린 나이지만 쉼없이 일했다.
일이 없을것 같은 겨울 방학때는 아궁이 땔감 때문에 지게를 지고 산에 올라 낙엽이라도 가마니에 담아 오거나 고주박이라 해서 잘려진 나무 등걸을 도끼로 잘라와야 했다.
지금은 산이 너무 울창해 사람 출입도 어려울 정도이지만 그 당시는 집주변 산, 또는 조금 먼산이라도 산에 길이 나 있었고 나무가 없어 산속이 훤히 드려다 보였다.
산림녹화, 사방공사,나무심기등 구호는 거창했지만 우선 사람들이 살아가야 했기에 산림은 훼손되고, 산은 황폐화되어 작은 홍수에도 산사태가 나고 물난리가 빈번히 일어났다.
그런 시절을 겪으면서 정부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 힘입어 삶은 차츰 나아지기 시작했고, 새마을 사업의 일환으로 지붕 개량 공사와 농로가 조금씩조금씩 콘크리트 도로로 변해가면서 먹는 것은 해결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에서는 미국에서 지원된 옥수수 가루로 점심이 제공 되기시작했고 분유가 공급되기도 했다.농지가 부족해 산자락을 밭으로 개간하면 그 댓가로 밀가루를 정부에서 제공하기도 해서 당시 밀가루 대통령이란 닉네임(별명)이 선거철이면 따라다니기도 했다
.산자락에 만들어진 밭에서는 부족한 농산물을 심어 끼니를 보충하기도 했다.
산업화의 발전은 차츰 잉여 노동력을 흡수하기 시작하여 입이라도 줄이자는 방편으로 서울로 식모살이 보냈던 우리내 누이,여동생들을 공장으로 불러들였다.
대표적으로 방직공장과 의류 제조업체였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학교를 다니는 산업체 학교도 많이 생겨나서 돈 벌면서 공부하는 일석이조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리고 독일로 광부가 파견되더니, 간호사도 파견되면서 사람들은 하나 둘 도심으로, 서울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설,추석 같은 명절만 되면 고향 떠났던 젊은이들이 선물을 한 아름씩들고 금의환향하듯 내려오곤 했다.
오가는 교통편은 늘 붐벼서 만원이 되었지만 모두들 반가운 표정이었다.
고향에 내려온 친구들은 또 다른 친구들을 도심으로 불러들였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것 보다 훨씬 높은 소득을 보장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거꾸로 시골에 인력 부족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결과 기계화 영농으로 대체되는 발판이 되었다.
소가 끌던 쟁기는 경운기로 대체되고, 지게로 운반하던 모든 것은 리어커나 간단한 운반용구로 대체되기시작했다.
그러면서 하늘에 의존하던 천수답은 경지정리와 함께 강에서 물을 끌어 올리는 관계수로 공사가 병행되고, 지하수 개발도 함께 이루어져 물 걱정없는 논 농사로 바뀌어 갔다
.연료도 땔감이 아닌 석유곤로나 기름 보일러로 대체되는 시기가 되었다.
경제 발전과 더불어 소득은 늘어나고 차츰 생활이 나아지면서 부터 농촌도 윤택해지기 시작했다.
초가 지붕은 슬레이트로 바뀌고 화장실도 위생적으로 개축되면서 영농 기계화도 정부의 지원으로 빠르게 정착되어 갔다.
우리산골 마을에도 드디어 전기가 들어왔다.
몇집 되지않아 늘 제외되었던 곳이다.
등잔 불, 호롱 불, 라디오에 의존해 살던 집안에 대변혁이 일어난 것이다.
라디오 보다 더 큰 건전지를 고무줄로 달아쓰던 트랜지스터 라디오.
그 자리를 대신해 양쪽에서 문을 여닫던 이코노 텔레비젼이 놓여졌다.
그리고 한 여름 선풍기 바람은 부채를 사라지게 만들었고, 찬 샘물이라는 산자락 옹달샘 물 대신에 냉장고의 얼음이 한 여름에도 시원하게 하는 삶의 질을 바꾸어 놓았다.
이런 일들이 그리 먼 얘기가 아니다.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이 아니라 그저 4~50년전의 삶이었다.
내 어릴적 소박한 꿈은 그저 부족함 없이 살고 싶었던 단순함이었다.
하지만 물질의 풍요가 늘 행복을 주는 것은 아닌가 보다.
그 당시 몸은 바쁘고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두루두루 친척집 다니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아마도 그 당시 행복지수가 지금보다 높지 않았을까?
과연 지금 나는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 할수 있을까?
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얼까?
만족의 척도가 다름일까?
어릴적 시절과 지금의 눈 높이가 다르기 때문일까?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어릴적 생활을 잠시 생각해본 내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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