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바닷가에서…

간혹 내리는 국지성 소나기 덕분에 그리덥지 않던 토요일 오후 6시. 우리 친구들은 하나,둘 경북 영덕군 장사해수욕장 주변 파란 물통이 2층 옥상에 있는 절친한 친구의 바닷가 별장에 도착했다.

철석이는 파도, 끼룩거리는 갈매기, 짭쪼롬한 바다내음, 파도위를 지나온 시원한 해풍, 막바지 휴가를 즐기는 행락객들, 바위 또는 방파제에 걸터 앉아 세월을 낚는 낚씨꾼들, 주변이, 아니 모두가 아름답고 탁 트인 공간이다.

천하의 비경속에 자리한 아담한 별장, 넘실대는 파도가 곧 튀어 오를것 같은 위치. 기암과 해변가 해송의 조화로 잘 가꾸어진 정원 같은 곳. 창문을 열면 파도소리 귓전을 간지르고 비릿한 바다 내음은 내 코를 간지른다. 앞에는 예쁜 유미 펜션, 뒤에는 경운대학교 동해연수원, 방파제 따라 길게 만들어진 넓은 주차장,몰려오는 파도, 부서지고 또 만들어지고~~~.

나는 우리나라에서 바다없는 유일한도(道),충북 충주에서 낳고 자랐다. 내가 바다를 처음본것은 중학교 2학년때 부산으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다. 즉 1965년 가을이였다.벌써 4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당시 어린마음에 끝이 보이지않는 바다의 광활함과 쉼없이 출렁이는 파도에 놀랐다.물이라곤 늘 잔잔한 작은 연못과 남한강 강줄기가 전부였으니-----.

당시 부산앞 바다에서 통통 거리는 유람선을 타고 바다를 한바퀴 돌았다. 배위에서 바라보는 넘실대는 파도는 더욱 힘차게 움직였다. 아~~~~~어떤 힘이 작용하기에 저렇게 물결을 요동치게만들까?

그 힘의 원천은 무얼까?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쉼없이 파도를 만들수 있을까?

저 강력한 힘을 에너지원으로 변환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없을까? 하는 의문점이 남아있었다.

지금은 일부 조력발전 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아마도 그 힘을 이용할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지도 모른다. 아주 먼훗날이라도----. 나는 그때 부산에서 바다를 보고서야 많은 의문점이 풀렸다.

바다가 얼마나 넓기에 모든 강물은 바다로 흘러드는데 넘치지않는지--.

물이 얼마나 깊기에 군함등 대형배들이 지나다닐수 있는지----.

영도, 태종대, 오륙도 등 바다위에 떠 있는 작은 섬들의 모습도 내겐 새로움으로 각인되였다.

지금은 폐쇄된지 오래되였지만 영도 다리가 배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하루에 한번 다리를 들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당시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기술의 대단함에 놀랐다. 신기했다.

지금은 다리를 고정시켜 버렸지만 그 향수가 남아있어 작년에 부산방문시 영도다리를 걸어서 건너 보기도 했다.

내게 바다는 그런 인상으로 남아 있었다. 자주 바다를 갈 기회는 적지만 요즈음은 고속도로 개통으로 대전에서도 쉽게 접근 할 수 있어 편리해졌다.대천도 가까워졌고 통영도 당일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시간대가 되였다.

우린 그런 바닷가에서 만났다. 1년에 정기모임이 년말에 한번있는 동창모임이지만 친구가 별장을 바닷가에 마련해서 여름휴가철 임시모임으로 초청을 한것이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시작된 저녁 파티.

살아 펄떡이는 동해안 물고기로 뜬 싱싱하고 풍성한 사시미, 아이들이 팔 벌린 길이 만큼이나 큰 영덕 대게를 1인당 한마리씩, 먹기는 좀 거추장스럽지만 그맛은 일품이였다, 영덕하면 대게가 떠오르는 대한민국 브랜드 1번지 아닌가?

게다가 서울친구가 가져온 조니워커 골드라벨, 프랑스 유명와인.

대한민국 쐬주와 곁드려진 저녁은 오랜만에 누린 호사였다. 더해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파도 위를 지나온 시원한 바람은 더위도 잊게해주고 바다내음도 실어다 주었다. 창문을 활짝 열어 놓아도 모기도 없다. 자연 바람이다.

우리도 자연속의 일부가 된다.

같이 멀리서 동행하신 4분의 사모님들이 준비하신 매운탕,어찌나 얼큰한게 맛 있었던지~~~

후식으로 나온 누릉지, 복숭아등은 우리들의 인격(?)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말았다, 나이 살을 줄여야 하는데 ~~~걱정 하면서도 그 맛의 유혹에 허리띠를 풀고 말았다. 오늘은 먹고 내일 아침부터 유산소 운동 “빡시게” 하자고 스스로 안위하면서-----.

어두운 밤, 식사를 거나하게 마치고 바닷가로 나왔다. 까만 하늘에 별이 하나, 둘 빛을 발한다,아~~~얼마만에 쳐다보는 별빛인가~~. 파도는 밤에도 자지 않는다. 쉼이 없다, 밀려오고 또 밀려가고~~~.

수없이 바위를 때린다 하얀 포말이 어두운 밤에도 선명히 보인다. 방파제 앞에 마련된 주안상, 물가에선 취기도 사라진다. 둥그렇게 앉아 무슨 못다한 얘기들이 그리 많을까? 밤은 깊어지고 주변은 조용한데 파도소리 경음악은 쉼이 없다. 저 건너 장사 해수욕장 물가엔 가로등이 또 한줄 생겨났다. 도로변 가로등 불빛이 물위에 넘실댄다. 아이들이 쏘아대는 폭죽 불빛이 소음과 함께 밤의 적막을 깬다.펜션 마다 사람들이 북적인다.

막바지 휴가철을 바닷가에서 보내려고 찾은 가족단위 여행객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른 아침, 마을회관 스피커 소리가 곤한 잠에 빠진 우리들을 깨운다.

마을 주민들은 10시까지 회관으로 나오시라는 이장님의 방송이였다. 전원일기라는 연속극에서나 보던것이였는데 처음으로 접하는 실제상황이였다. 못들으신 분들을 위해서인지 반복방송이 3번이나 진행되였다.

도심에선 들을수 없는 소리다. 스피커가 별장옆에 설치되여 있어 그 소리 또한 요란했다.

알람시계가 울고 갈판이다. 덕분(?)에 눈을 비비며 바닷가를 산책한다.

이런게 여행의 묘미 아닐까? 탁 트인 바다. 맑은 물. 넘실 대는 물결, 싫지않은 바다내음, 저 멀리 수평선엔 붉게 아침해 떠오르고 지난밤 허기를 채우려는 갈매기는 무리지어 바다위를 나른다.

급함이 없는 느림의 미학,여유롭다.벌써 낚씨꾼들은 방파제에 걸터 앉아 자리를 잡고 연신 낚씨줄을 던지고 감기를 반복한다.하지만 함성은 들리지않는다, 결과가 신통치 못한 모양이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섹스폰 소리.

바닷가에서 파도소리와 어울려 우리를 유혹한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나이드신분이 멋지게 불어댄다, 부인인듯한 분은 옆에서 박수치고---.

아~~~정말 멋진모습이다, 자랑스러워 보인다. 악기 하나쯤 다룰 줄 알아야 하는데---.

나는 무언가----.할 줄아는게 없으니, 그저 존경스럽다.지금이라도 배워볼까?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도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