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고향은 무엇일까?
태어나고 유년시절을 보내며 성장한 곳.
아니 마음속에 늘 그리는 그리움의 대상일까? 그러기에 늘 고향은 그리운가 보다, 누구에게나 아련한 향수로 남아있는 곳이다.멀지않은 곳이지만 부모님이 계시지 않으시니 자주 찾기가 어렵다.
언제나 갈 수 있는 곳이지만 그리쉽게 찾지못한다.
왜 일까?추석을 맞아 고향을 간다, 달려간다.
서두르지 않아도 기분이 좋다, 마음이 가볍다.도로위 빗물은 아직 남아있지만 비는 잠시 멈추었다.
산이있고 강이 있고 밭이 있고 논이있다.그리고 정겨운 사람들이 있다.
동네 입구마다 "고향을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는 현수막이 걸렸다.00향우회, 00청년회,00면 기관단체장 일동----등 여기 저기 다양하게 걸렸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귀향객을 반겨주는 훈훈한 인정이---집에 도착했다, 이 집은 내가 태어난곳이다. 초가집에서 기와집으로, 아궁이에서 보일러 구조로, 멀리떨어져 있던 화장실이 집안으로 들어왔고 나무곳간은 넓은 주방으로 바뀌며 가스불로 변해버렸다.
없던 목욕탕도 생겨나고 뒷편 우물물은 간이 상수도 시설을 통해 수도꼭지로 변했다. 숭늉대신 커피가 나온다.
우마차 있던 곳은 자동차가 자리잡고 돼지우리와 외양간은 없어졌다.놓아 먹이던 닭도 이젠 없다. 안채 초가 지붕위, 이 맘때쯤이면 빨간 고추가 널려 있었고 사랑채 지붕엔 하얀 박이 영글어 갔는데-- 기와집으로 바뀌며 아무것도 올려질 수 없었다.
고추는 온풍기라는 기계에서 풀 자동으로 건조되고 프라스틱 용기 출현으로 박은 삶의주변에서 사라졌다. 달빛에 비추어진 하얀 박꽃이 그리도 아름다웠는데---,흥부네처럼 박을 톱으로 켤때는 금,은,보화라도 들어 있지않을까? 하는 마음에 가슴이 설레기도 했는데---. 이젠 경험할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남았다.
처마밑에는 해마다 강남갔던 제비가 흙을 물어다 새집을 짓고 새끼들을 키워냈는데 이젠 시골에서도 제비 만나기가 어렵다.
변하지 않은건 장독대와 빈 우물가에 아직 남아있는 큰 향나무 뿐이다.
밖으로 나와 들녘을 걷는다.구불구불했던 농토는 경지 정리작업으로 바둑판처럼 반듯해졌고 농로도 넓어졌으며 쉴 수 있는 정자도 지어졌다.
농수로 개통으로 남 한강물을 펌프로 퍼 올려 흘려 보내기에 이젠 가뭄도 상관없다. 가뭄이 심할때 호미로 벼를 많이 심기도 했었는데---.농사짓던 큰 일꾼, 황소도 이젠 트랙터나 경운기에게 그 역할을 물려주고한, 두마리가 아닌 대단위 비육우로만 키워지고 있을뿐이다.
일 하다 갑자기 소나기 내리면 겨우 피할곳이 미루나무 밑뿐이였는데 지금은 공용이긴 하지만 들녘에 정자가 세워졌다.
참 좋아졌다.좋아지긴 했어도 농촌엔 젊은이가 없다, 나이드신 어르신들 뿐이다.왜 머물지 않는가는 요즈음 쌀값을 보면 그 해답을 금방 알 수 있다.
산자락 길따라 밭으로 오른다. 이곳 충주에도 언젠가 부터 인삼밭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검은 차광막이 설치되고 그 아래 인삼이 푸르게 자라고 있다.
이젠 금산만이 아닌 전국이 삼밭이 된 기분이다.어디서나 검은 차광막이 펼쳐진 밭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단위 판매 유통만이 금산을 경유하는것은 아닌지? 특용 작물이 아니면 수익 창출이 어렵단다.
보리심고 밀 심던 시대는 지났단다.
옆 비닐 하우스속엔 방울 토마토와 오이가 재배되고 있었다.
초등교 친구가 주인이다. 친구는 없고 낯선 외지인을 본 멍멍이만이 요란스럽게 짓어댄다.
후에 얘기 들어보니 그나마 특용작물도 금년엔 너무 자주 내린 비 때문에 작황이 엉망이란다.
여기저기 골짝기 도랑마다 물이 철철 넘쳐 흐른다.
그래도 물은 맑다 황토물이 아니다.
숲속을 지나 흘러 왔기에 정수되였으리라.쓸모없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려 흡수되지못한 물이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린다.
어릴적 비가 내리면 작은 도랑을 흙으로 막고 호박잎 대궁을 묻어 물을 흘려보내는 소꼽장난을 많이도 했다.호박잎 대궁은 속이 비어 파이프 역할을 했었다.
내가 일하던 밭, 뛰놀던 들녘.나무 하던 산. 멱 감던 개울. 그곳은 큰 변함이 없다.
단지 변한것은 재배되는 품목이다. 아직 무성한 옥수수도 먹기위함이 아니고 사료용 옥수수란다.
옛날엔 사람들 먹고 살기도 바빴는데---지금은 사료용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산 아래 민가 한채. 작년 추석까지만 해도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빈 집만이 남았다. 마당엔 잡초가 무성하고 사람 훈기없어진 집은 황폐해졌다.문짝은 바람에 일렁이고 마치 유령이라도 나올것처럼 을씨년 스럽다.
참 이상한것은 사람이 살지않으면 집은 곧 망가진다는 것이다.
보이지않는 기라도 있는 모양이다.
별로 수리하지 않아도 사람이 사는집과 빈집의 차이는 확연히 다르단다. 특히 농촌에서 보면히 증명이된다.
지금 농촌엔 빈집이 많다.명절이 있어좋다.
산골 집집마다 마당에 차들이 빼곡하다.외지에 나가있는 자식들이 귀향한 것이다.맛있는 음식냄새도 좋다. 전을 부치고 송편을 빗고 과일을 깍고, 고기를 썰고---.아이들도 신났다.
도심에서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자연의 풍광에 빠져 이리 뛰고 저리뛰고 --영글어가는 벼 이삭도 만져 보고 밤나무 아래서 떨어진 밤도 줍는다.
흐르는 맑은물에 발도 담근다.
동심은 역시 자연속에 빨리 동화되나 보다.
밤나무 심겨진 산으로 오른다.옛 박정희 대통령시절, 잡목을 베어내고 산에 유실수를 심었다.
식량에 조금이라도 보탬이되기 위함에서였다. 그 당시 심겨진 밤나무가 지금은 풍성한 밤을 제공하고 있다.
작년 추석엔 아주 많이 주웠는데--- 금년은 아직 덜 여물었다. 그저 몇알 밤을 주웠을 뿐이다.시기가 아직 이른가 보다.밤 대신 도토리는 많이 떨어져 있었다.
내 어릴적엔 도토리를 한해에 7~8가마 정도 주웠다.
최한용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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