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년전 대백제의 부활" 이라는 주제로 열린 대백제전이 막을 내렸다. 충남 부여군 , 공주시 일원에서 지난 9월18일부터 10월17일까지 30일간 열렸다.
당초 목표인 유치인원 260만명을 무난히 돌파하고 360만명이 다녀 갔다고 한다. 수상공연 "사마이야기" 는 입장권이 연일 매진되였다고도 한다.
왜 지금 "백제"인가? 삼국통일, 이 잔인한 살육의 시대에서 마지막 승자는 신라였다, 백제와 고구려, 그리고 이들보다 100년전에 이미 신라에 통합된 가야는 역사의 패자로 인식됐다.
우리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인 삼국통일의 뒷면에는 이런 아픔이 서려 있다.당시 관점에서 백제는 분명히 패자였다. 의자왕은 충신을 멀리하고 주색을 탐한 결과 나라를 망하게한 어리석은 왕으로 낙인찍혔다.
낙화암과 삼천궁녀의 비극적인 이야기만으로 상징될 수 있는가? 그런 의문을 안고 부여을 찾아간다. 충남 부여군 규암면 합정리에 있는 백제역사재현단지가 12년만에 완공되는 해여서 예년에 비해 백제전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고 했다.
오늘 부여 가는길엔 일본인 다나베 사장님과의 동행이다. 15년전부터 업무관계로 알게된 일본인 사업가이시다. 업무차 한달에 한번 정도 한국을 방문하신다.
일본인들은 백제에 관심이 많다 자신들의 뿌리로 생각하는 분도 계시기 때문이란다. 실제 다른지역에 비해 부여 관광객중에는 일본인들이 많다.
대백제전 일정이 끝나기전 방문해 주시면 안내해 드리겠다고 말씀드려서 오늘 대전에 도착하셨다. 대전역에서 만나 유성을 경유 고속도로를 이용, 부여로 향한다.
새로 개통된 대전 당진간 고속도로, 부여 인터체인지를 이용 할 예정이다. 새로 개통된 고속도로, 우선 시원스럽다.들을 지나고 산이 나타나면 터널을 뚫고, 강이면 높은 다리가 놓였다.
옛 공사가 어렵던 시절처럼 구불 구불, 돌아감이 없다. 하늘은 푸르고 흰구름 두둥실 떠 가고 바람시원하고~~~~전형적인 가을날의 아름다움이다. 소풍가는 기분이다.
서두름 없는 길은 더욱 여유롭다. 개막제가 펼쳐졌던 백제문화단지에 도착했다. 규모가 대단하다, 방문객들도 많다.재현단지 정면앞에 이번에 롯데에서 오픈한 호텔급 콘도미니엄은 아주 예쁘게, 멋지게, 고급스럽게,웅장하게 지어졌다.
참 멋지고 예쁘고, 특이한 디자인의 호텔인데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이번 행사가 끝나면 운영엔 문제가 없을까? 저 많은 객실을 누가 와서 이용할까? 롯데가 운영하니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하면서도 괜한 걱정을 혼자 해 본다.
야심차게 준비된 프로그램도 풍성하지만 우선 사비궁을 돌아보고 구드래 행사장으로 이동 하기로 했다. 사비궁. 삼국시대 중 왕궁의 모습을 최초로 재현,백제왕의 치조권역을 표현했다.
지인이 제공해주신 단체예매권, 어른이 7,000원이다. 왕궁앞에선 수문병 교대식이 열리고 있었고 궁내부 천정전에서는 무왕과 선화공주의 전통 혼례식이 재현되고 있었다.
혼례장소를 가운데 두고 주변은 관람객들이 빼곡히 자리잡았다. 천정전,문사전,연영전등 재현된 왕궁을 돌아본다, 목조 건물이 대단하다.
성왕의 명복을 빌기위한 백제 왕실의 사찰,능사를 재현했다. 능사의 가람배치는 백제시대 대표적 배치로 중문-탑-금당-강당을 일직선 배치하였다. 능사앞에 세워진 능사 5층 목탑. 규모에 놀라고, 정교함에 놀라고, 1400년전 우리문화의 찬란함에 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국내 최초로 재현된 백제시대 목탑으로 38m 높이,목탑 심초석에서 국보 288호인 "창왕명석조사리감" 이 발굴되어 서기 567년 사리를 봉안하고 탑을 세웠다는 기록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사비성을 돌아보고 식사를 하려 했는데 마땅치가 않다. 단체관람객 위주의 대형식당,학생들로 붐벼 행사장을 떠나 구드래 행사장으로 향한다.
늦은 점심을 먹기위해 들린 구드래 선착장앞 장원 막국수. 메밀 막국수와 편육이 주된 메뉴다,오래된 맛집인듯 하다.집은 옛 구 가옥이였으나 맛은 장인의 손을 거친듯 별미였다.
유압기계로 밀어내는 막국수, 쫄깃하고 맛있다. 동행하신 일본인 사장님도 정말 맛있게 드셨단다. 백마강위에 임시부교를 설치해서 구드래와 왕흥사지 행사장을 연결했다.
그 부교 위편으로는 낙화암 선착장을 오가는 황포돛배가 손님들을 태우고 유람중이다. 부교를 건너니 국화 전시회와 사비식물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동호인들이 출품한 국화꽃 전시회.2010개로 만들어진 꽃송이부터 기묘하게 연출된 국화까지. 넓은 행사장을 국화꽃으로 가득 채웠다.
관람객 모두가 사진 촬영에 바쁘기만하다. 기묘함도 특이했지만 제철 맞아 만개한 국화꽃 송이는 피크를 이루고 있었다. 옆에 넓게 자리한 코스모스 단지.
그곳과 사비성을 오가는 유람 열차. 단체 관람 온 학생들이 주요 이용 고객이였지만 어릴적 얻어타던 마차가 생각나기도 하였다.
백마강 반대편에서 바라본 낙화암 모습, 백제 멸망시 삼천 궁녀가 꽃처럼 떨어져 자결했다는 전설의 바위,낙화암. 암석도 그대로, 백마강도 그대로 유유히 흐르고 있건만 패자의 역사는 숨어져 버린 그늘이 되고 말았는가 말이 없다.
동행하신 일본인 사장님도 그 규모에 놀라셨단다. 행사장에 일본어로 된 팜프렛이 준비되어 있어 이해 하시는데 큰 도움이 되셨다고도 하셨다. 찬란했던 문화강국 대백제의 역사문화 자원은 보존 가치를 넘어 이제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이 될 수 있으리라.
삼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신라의 일반적 시각으로 진행된 역사 서술로 기울어진 백제 역사의 균형을 되잡아 주는 역할도 대백제전에 주어진 책무 아닐까?
이런 시점에 2010년 대백제전은 잃어버린 왕국 대백제를 현대에 되살리고 재 창조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 의미를 느끼며 하루에 재현단지를 다 돌아보는 것은 무리다. 언제 한가한 휴일날, 제향루,위례성,생활 문화마을,백제 역사문화관등을 다시 한번 돌아 보리라.
조금더 여유가 있었다면 국립 부여 박물관과 부소산 낙화암을 들리고 싶었지만 다시 대전으로 향한다. 오는길, 연산을 거쳐 국도로 접어들었다.빠름 보다는 가을의 정취를 일본인 사장님께 보여드리고 싶어서였다.
코스모스 한들 거리는 국도길. 고추 잠자리 높게 날고 황금 들녁으로 변한 논에선 벼를 거두어 들이는 콘바인 소리가 우렁차게 들리고 있었다.
최한용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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