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 동창 정기모임이 지난 일요일,월악산 자락 송계계곡 덕주사 입구에서 있었다.
정기모임은 일년에 한번이지만 고향인 충주 친구들은 매달 모임을 갖고 있고 서울 친구들은 격월에 한번씩 모임을 하고 있다.
그리고 매년 4월말 총동문 체육대회가 모교에서 성대히 거행되고 있고 동창회 카페도 운영되고 있어 서로 서로 연락이 닿는다. 1964년 2월 졸업을 했으니 금년이 46주년 되는 해이다. 이제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였다.손자, 손녀가 생긴 것이다.
스스로는 늘 아직 젊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세월의 흐름은 그렇게 강산이 네번이나 바뀔만큼의 긴시간으로 변해버렸다.
몇몇이 모임을 하곤 있었지만 이렇게 정식적인 모임을 시작한것은 1997년 8월15일 모임이후 부터다. 벌써 13년이 흘렀다. 시골 초등학교라 당시 2개반 112명이 졸업했다.
그 사이 운명을 달리한 사람도 있고 연락이 두절된 사람도 있지만 지금도 90여명 정도 연락이 닿는다.
그리고 모임때는4~50명정도 늘 모인다. 초등교 모임은 참 즐겁다, 늘 기다려진다. 당시 6년간을 한 교실에서, 같은 운동장에서 뛰어 놀았기 때문이리라. 당시 부족한 물자와 생활의 궁핍함으로 어렵게 살았지만 지금 아이들처럼 학원으로 내 몰리진 않았다.
운동장에서 뛰 놀고, 개울가에서 멱감고, 산속을 헤매며 진달래 꽃 따 먹으며 자랐다.힘들었지만 행복했다.마음은 편했다.자유로웠다. 오늘은 정기모임을 갖는 날, 서울에선 관광 전세버스로 출발하고, 지방에선 각자 차를 가지고 월악산으로 모였다.
오랜만에 만나는 어린시절 친구들, 반가움에 모두들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우선 등반을 하기로 했다, 충주에서 여자 친구들이 준비한 간단한 음료와 과일,떡이 담긴 봉지를 하나씩 받아들고 삼삼오오 덕주사 마애불을 향해 오른다. 초 가을 덕주사 오르는 길은 정말 아름다웠다.
계곡에 흘러내리는 맑은 물,좀 이른 단풍, 초록의 향연, 피톤치드 뿜어내는 산속 향기의 신선함,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기온, 나무 그늘 길. 모든게 이보다 더 좋을순 없었다. 1년만에 다시만나 어린시절을 얘기하며 오르는 등산 길, 아름답고 정겨운 모습뿐이다.
그렇게 오르며 도착한 마애불, 덕주사에서 1.5KM 쯤 되는 월악산 중턱에 있다.
10여전 올랐을때 보다 주변이 많이 바뀌었다. 극락 보전도 새로 지어져 있었다. 신라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와 여 동생인 덕주공주가 망국의 한을 달래면서 커다란 바위에 암각으로 마애불을 조성했다는 전설이 전해 오고있다.
천년의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마애불, 은은하고 엄숙한 표정에 고개가 숙여진다. 마애불을 향해 예를 표하고 기념 사진을 찍는다. 한 친구는 이 정겨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위해 분주하기만 하다.
우리동창들의 카페에 올려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하기위해~~~. 덕주사 마애불 입상(德周寺 磨崖佛立像). 보물 제406호, 높이 13M나 된다.양 어깨위에는 목조전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가구공(架構孔)의 흔적이 뚜렸이 남아있다. 마애불에서 바라본 앞산 풍경. 참 멋지다.
웅장하다. 물소리, 산새들의 노래 소리,시원한 바람소리.등산객들의 힘찬 발자국 소리~~~ 월악산은 계곡이 깊다, 그러다 보니 송계계곡은 한 여름 피서철엔 몰려드는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맑은물, 깊은계곡, 수려한 산세,충주호와 수안보 온천을 연계한 유명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산세도 험해 등반객들에게 도전의 꿈을 주기에 충분하다. 내려 오는길, 충주에사는 한 친구가 마애불에 오르지 않고 다른 사잇길 등산로로 올라 우리들을 위해 자연산 송이를 채취했단다.
즉석에서 10여명이 그 감미롭고 향 짙은 송이버섯을 맛볼 수 있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곳 지리에 익숙하였겠지만 남을 위한 배려에 놀라지않을 수 없었다. 많이 늦었지만 그 감사의 말을 다시 한번 전해본다."고맙습니다" 저 아래 미리 예약된 식당에서 조금 늦은 점심을 먹기로 해서일까 내려오는 길은 더욱 즐겁고 속도에 탄력이 붙는다.
땀이 촉촉히 배어오는 하산 길.운동해서 좋고,산속의 신선함을 마음껏 마셔서 좋고 벗들과 정겨운 대화 나누어 반갑고~~~.덕주사 풍경소리가 청아하다. 계곡 물소리와 어울려 또 다른 화음을 만든다.
이제 계곡옆 넓은 월송가든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되여 준비된 점심식사를 같이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역시 좋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식사는 더욱 맛 있다.
게다가 이곳에서 유명한 웰빙식품인 보라빛 한수면 송계양파는 간장과 버물어져 특유의 향을 발한다. 월악산에서 채취한 각종나물, 도토리묵, 버섯찌게는 일품이다.
민물 매운탕, 토종 닭도리탕, 산나물로 부친 전 등---도심에서 먹던 음식과 맛이 확연히 다르다.
충주 사과를 가져온 과수원 하는 친구, 떡을 준비해온 친구덕에 식탁은 더욱 풍성해졌다. 막걸리 한잔으로 건배를 하며 건강과 우정을 다진다.
초등교 친구들과의 어린시절 얘기는 끝이 없다. 왜 초등교 친구들은 그렇게 관계가 잘 유지될까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이기 때문 아닐까? 세속의 때 뭇지 않은 순수함으로 만나 같이 성장한 6년의 세월이 있기 때문이리라. 식사가 끝나고 잠시 모임에 대한 보고가 종료되고 넓은 방에선 노래방 기기에 전원이 켜졌다.
노래하고,춤추고,소주잔 나누고--흥에겨워 모두들 즐거운 표정이다. 그렇게 모임시간은 흘러갔다. 부족함이 없다. 시간만이 부족 할뿐~~~이제 내년을 기약하며 각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짧은 만남을 아쉬워 하며 악수로 마감한다.
내년에 다시만나자고---. 초등교 동창들과의 추억, 모든게 아름답고 아련한 향수가 밀려온다.
이 즐거움의 시간이 매년 계속되어야 하는데-- 누구하나 아파 누워 있는 사람 없이 건강해야 하는데---.모두에게 좋은 일만 있어야 하는데-- 다시 대전으로 돌아 오는길. 뻥 뚫린 새로 개통된 국도를 이용해시원하게 달려 보고 싶어서 월악 나루터를 지나 수안보와 연결되는 도로에서 괴산방면으로 운전대 방향을 잡는다. 산과들, 그리고 숲. 대학 찰 옥수수 명성답게 괴산은 온통 옥수수 밭이다. 이제 옥수수도 끝물, 빈 대궁만이 넓은 밭을 지키고 있었다
. 마음이 즐거우니 먼 거리도 짧게만 느껴진다. 서쪽 하늘엔 붉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 즐거운 하루는 그렇게 저물어가고 머리속은 어린시절 모습으로 꽉차 있다.
그 시절 꿈은 무엇이였던가? 무엇이 되고자 노력 했던가? 이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후회는 없는가? 삶은 무엇이고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 이제 모두들 60을 넘나드는 나이. 예전 같으면 환갑 노인네 라고 하지 않았을까?
모두들 만나보면 마음은 어린시절과 별반 차이가 없다. 떠들고 장난하는 모습은 그시절 그대로다. 그래서 동심은 영원한 어른들의 고향이되나 보다.
최한용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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