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충북 옥천에 있는 장령산을 찾아나섰다.해발 656M의 낮은 산이지만 산세가 수려하다. 산에도 오르고 용암사 사찰도 돌아보고 싶어서다. 대전에서 경부고속도를 진입하여 부산방면으로 달리다가 처음 만나는 인터체인지가 옥천이다.
옥천 읍내를 거쳐 비닐 하우스가 즐비한 전답을 지나 구불구불한 산길로 접어든다. 그 산락을 서서히 오르면 가파른 중턱쯤 절집이 나타난다. 눈이 쌓여 차가 오르지 못할것이란 걱정은 이내 사라지고 주차장까지 쉽게 올랐다.하햔 눈속에서도 주차장옆 대나무는 푸르기만 하다. 절에 오르는 가파르고 좁은 콘크리트길, 말끔히 눈을 치워놓았다. 누군가가 트랙터를 이용하여 제설 작업을 한 흔적을 여기 저기서 볼 수 있었다.남을 위한 수고도 또 다른 보시 아닐까?
이곳이 장령산(長靈山) 중턱에 자리잡은 법주사(法主寺) 말사(末寺)인 용암사(龍岩寺)다.
신라 진흥왕 13년(552)에 의신(義信)조사가 이곳의 신비함에 감탄하여 세웠다는 안내 표지판이 나의 눈을 멈추게한다. 절 뒤로 용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용암사라 이름지어졌다는데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기어렵다.
전해오는 얘기로는 일제시대때 일본인들이 기를 꺽으려고 바위를 손상 시켜 버렸단다.1986년 대웅전과 산신각을 중창하고 요사채와 범종각을 신축,2002년 천불전이 완공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한다.하지만 일반적인 사찰에 있는 일주문도 없고 사천왕상도 없다.
장소가 협소하고 벼랑진 산자락이라 범종각을 빼고는 모두가 층층이 계단위에 자리잡았다.
대웅전을 뒤로 하고 돌 계단을 오르면 천불전 뒤쪽 큰 바위에 충북 유형문화재인 용암사 마애불이 나타난다, 암벽을 파고 그안에 불상을 도드라지게 새겼는데 붉은색이 퍽이나 인상적인 모습이다. 바위색이 천연적으로 붉은 것인지? 아니면 자연에서 채취한 천연색채를 입혔는지 궁금증이 남는다. 바위가 붉은것 같지는 않다,그렇다면 오랜기간 비와 바람을 견뎌낸 저 채색의 신비로움은 무얼까? 위에 돌출된 갓 바위가 빗물과 햇볕을 막아주고 있어 그 형상이 온전하게 보존되여 있는 걸까?
사찰에서는 마의태자를 추모하였던 신라도공의 후손들이 조각하였다고 한다.
발을 좌우로 벌리고 연꽃 대좌위에 서있으며 가늘고 긴눈,작은입,가는 코등이 묘사된 얼굴에는 파격적인 미소에도 불구하고 도식화된 모습이 엿 보이기도 한다.하지만 V형의 규칙적인 옷주름이 마치 실바람에 일이는 듯 세심함도 느낄 수 있었다.매우 단정하고 자비가 넘쳐나는 모습이다. 여백의 미가 돋보여 마치 동양화를 보는 듯 하기도 하고 구름에 두 둥실 떠 있는듯한 묘한 여운도 남겨준다.
이 마애불은 영험이 있어 기도 하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없다고 전해지고 있단다.
특히 이곳 마애불에서 바라보는 정동 방향의 여명과 일출(日出)모습은 장관이란다. 그래서 새해 첫날 아침이면 해맞이를 보기위해 올라온 사람들로 인산 인해를 이룬다고한다. 평일에도 운해의 아름다운 모습을 잡기위해 전문 사진가들의 출사가 연일이어진다고도 한다.
마애불과 함께 이 절에는 보기드문 쌍 삼층 석탑이 대웅전 오른쪽 언덕위에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의 탑들이 대웅전 앞이나 불상이 있는 건물앞에 서 있는데 비해 이 쌍 3층 석탑은 대웅전을 비켜나서
사찰을 굽어보는 위치에 자리한게 또 다른 특징이다. 안내판에 의하면 쇠퇴한 기운을 북돋아 준다는 산천비보(山川裨補)사상에 의해 건립된 것이라 적혀있다. 산천비보 사상에 의해 건립된 석탑은 대부분 자연암을 기단으로 삼은 까닭에 기단부가 생략되여 있으나 용암사 삼층석탑은 자연암 위에 건립되였음에도 2층기단을 구비하고 있었다. 한번 보수작업을 했다는 기록이 있고 탑 모퉁이에 걸렸던 작은 종은 어디로 가고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계단위에 오밀,조밀하게 지어진 용암사, 작지만 짜임새가 있다. 아늑해 보였다.
이제 절집을 뒤로 하고 장령산에 오른다. 등산로는 가파르다, 눈까지 쌓여 길도 미끄럽다.
바위를 오르고 밧줄을 잡으며 오르기를 한참, 숨이 차온다, 등에는 추운 날씨임에도 땀이 흐른다, 중간에서 멈추고 바라 본 저 아래 삶의 현장모습들. 저수지 얼음위엔 하얗게 눈이 쌓였고 줄이어진 비닐하우스가 전답을 메워버렸다.무엇을 재배할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옥천에 이렇게 비닐하우스가 많은지도 처음 알았다.
경부선 옛 철로,그리고 새로 만들어진 KTX 고속철도가 나란히 옥천읍 옆을 관통하고 있다. 조금 더 오르니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 앞쪽은 옥천 시가지가, 뒷쪽은 금산가는 길로 연결되는 군서면이 두눈에 들어온다. 산 중턱에 설치된 산불 감시초소도 태양광을 이용한 전원으로 무인 카메라가 원격 운영되고 있었다.
산속의 바람은 너무 신선했다, 차가운 바람이 아니였다, 산의 앙상한 나무가지를 흔들며 올라온 바람,그 바람은 시원했다, 등에 흐르는 땀방울을 식혀주었다. 겨울산행의 참 맛 아닐까? 길도 미끄럽고 시간이 맞지않아 정상까지는 못오르고 이제 다시 차를 두고온 용암사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겨울산은 오르기보다 내려가기가 더 어렵다.눈이 쌓여 다져진 길,너무 미끄럽기때문이다. 조심, 조심하며 한발, 한발 내딛는다.넘어지기라도 하면 골절상을 입을지도 모르기에---.다 내려왔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용암사에서 시원한 감로수 한잔으로 목을 축인다.
다시돌아오는 길, 옥천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미락 올갱이" 집에 들렸다.이 장사를 시작한지 20년이 넘었단다.식사를 하기위함이다. 금강에서 직접 채취한 자연산 올갱이로만 국을 끓인단다. 조선일보에 연재되는 조 용헌 살롱에 게재된 "올갱이국" 이란 기사를 크게 확대하여 식당에 걸어두었다.간 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 좋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집에 들린후 작성한 기사란다. 나는 이많은 올갱이를 어떻게 속알을 분리할까? 늘 궁금 했었다.하지만 답은 간단했다, 이 집은 아직도 할머니들이 손으로 직접 분리한단다.기계가 아니란다.나는 중국에서 냉동된채로 수입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던게 사실이다.
그 말씀을 들어서일까? 정말 맛 있었다. 구수한 된장을 풀어 싱싱한 아욱과 함께 끓인 올갱이국.단숨에 한 그릇을 비웠다. 올갱이국과 무침이 이 집의 주 메뉴다.배는 포만감을 느끼고 다리근육은 산행덕분에 뻐근함으로 탱탱해진 느낌이다.
더욱 활기차게 느껴진 하루, 등산도 하고 사찰 순례도 하고~~~.이런것을 보고 "꿩먹고 알 먹고" 라고 해야하나---.즐거운 하루였다.
최한용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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