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가보고 싶었던곳,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 마음 먹었던 곳,늘 상상과 그리움으로만 남겨 두었던 곳, 멀지않은 대한민국 서울에 있는 곳,오늘 그곳을 간다.
무소유 법정스님의 입적으로 더욱 잘 알려진곳, 서울 성북동의 길상사를 찾아간다.
간송미술관을 찾아 4군자대전을 관람하고 그곳에서 그리멀지않은곳에 자리한 길상사를 만나게 된것이다. 찾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1987년 공덕주 길상화(吉祥華) 김 영한님(1916~1999)이 "무소유"를 읽고 감명을 받아 자신이 운영하던 요정 대원각을 청정한 도량으로 만들어 주실것을 간곡히 간청,1995년 법정스님께서 그뜻을 받아들여 조계종 송광사 말사로 "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 길상사"로 등록된곳이란다.
제3공화국 시절,3대 고급요정의 하나였던 성북동의 대원각 자리,그곳 주변은 여러나라 대사관저와 고급주택이 연이어 있는 부촌이였다.
당시 싯가로 1,000억원이 넘었단다,1997년 12월14일 대원각이 길상사가 된던날, 대원각 주인 김 영한은 법정스님으로 부터 염주 하나와 길상화(吉祥華)란 법명만을 받았단다.
요정을 리모델링한 길상사(吉祥寺).여는 사찰과는 사뭇 달랐다,"삼각산 길상사"란 현판이 붙은 일주문은 꼭 부잣집 대문 같았고
눈을 부릅뜬 사천왕상도 보이지않았다,장내 전각의 구성이라든가 단청이 없는것도 절이라기보다 신식 정원이 잘 가추어진 옛 양반집 느낌이 들었다.소박하고 운치있는 쉼터라고 하면 더욱 어울릴것 같은 분위기다.사찰은 크지 않았지만 중앙에 극낙전이 있고 그 옆으로 수림이 울창한 작은 계곡이 있다.
길상사엔 오래된 나무들이 많아 가을이면 단풍구경을 위해 찾는 사람들도 많단다.
내가 찾은 신록 우거진 초 여름날의 오후,나무 그늘 아래엔 길상사를 찾은 불자와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었다,삼각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경내 계곡울 타고 흐르고 시원한 바람은 초록의 잎새들을 간지르고 있었다.
경내를 산책하며 들러본다,우선 만나는 관음 보살상(사진).성모 마리아를 닮았다.법정 스님의 지시로 천주교 신자인 조각가 최 종태씨가 만들어 봉안한 석상으로 종교간 화해의 염원이 담겼단다.그래서일까? 관람객중에 수녀들의 모습도 보인다.
이절의 행사에 신부나 수녀등 천주교 성직자들이 자주 참석하기도 한단다.
그 다음 만난 범종각,그자리는 대원각시절 기녀들이 옷을 갈아 입었던 자리란다.
그리고 아미타 부처님을 봉안한 극낙전,길상사의 본 법당이다, 한켵에 법정스님의 대형 영정사진이 모셔져 있었다.
도서관에 들렸다.각종 불교서적과 자료,그리고 사진첩들.법정스님의 책자는 물론 불교관련 외국서적들도 많았고 누구나 이곳에서 편히 쉬며 읽을 수 있었다.그 옆길엔 쉼터 찻집도 있다.커피도 있고 녹차도 있다.
잠시 쉬며 차의 향기를 음미해본다.바람이 분다,초록의 잎이 흔들린다,그 나무 그늘아래 오솔길을 걷는 자신.이곳이 요정이였단다. 밤이면 음주 가무가 펼쳐치고 슬픈 여인들은 가식된 웃음으로 뭇 남성들의 시중을 들었으리라 이곳에서 정치가 이루어지고 권력의 야함이 만들어 졌으리라.이젠 그 모습은 사라지고 도량으로 거듭났다.
한 여인이 조건없이 시주한 당시1,000억대의 재산은 이렇게 값진 사찰로 변해있었다.180도 변해버린 아름다운곳, 이런것을 보고 천지개벽이라 부르지 않았을까?
그녀에게도 애틋한 사랑이 있었단다. 너무나도 사랑했던 근대시인 백석(본명: 백기형.1912~1995),기녀라는 이름때문에 결혼에 이루지못하고 결국은 전쟁과 분쟁으로 헤어져야했단다.
그분의 어디가 그렇게 좋았느냐의 기자질문에 "1,000억의 재산도 그분의 한줄 싯귀만 못해" 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제 한줌의 재로변해 이곳 길상사에 공덕비로만 그 흔적이 남아있는 김 영한님, 오가는 사람들이 그의 공덕비앞에서 무엇을 느끼고 갈까? 그의 아름다운 기부가 변질되지 않도록, 멋진 도량으로 발전하여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한줌의 빛이 되기를 바래고 가지않았을까?
길상사엔 참선을 위한 선방이 여러개 있는데 그중 침묵의 집은 누구든 시간을 내어 참선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란다.
시간이 되였으면 나도 한번 해보았으면 좋으련만 대전으로 돌아 갈길이 바쁘기만 하다.
나무아래 의자에 앉아 쉬면서 걸려진 몇개의 글이 좋아 여기에 옮겨본다.
여기 침묵의 그늘에서 그대를 맑히라.이부드러운 바람곁에 그대의 향기를 실으라.그대 아름다운 강물로 흐르라.오 그대안에 저 불멸의 달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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