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에 살면서 몇 가지 사회 활동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봉사단체의 회장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진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직접 경험해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하기사 40년 가까운 전통을 자랑하는 금산로타리클럽이 회장 하나 바뀐다고 바뀔 것이 있겠나 싶고, 또 남들도 다 해왔는데, 선배들이 해왔던 그대로 따라 하다보면 1년이 지나겠지 하는 생각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 마음이 무겁다.
내가 왜 이런 마음을 갖게 된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고 나서, 아마도 나에게는 아직도 『봉사한다는 것』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우리는 봉사라는 말을 너무나 쉽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쓰고 있지만, 과연 남을 위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혹시 그 속에 위선의 그림자는 없는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중부대학교에 대학생 로타리클럽인 「로타랙트클럽」이 작년에 결성되어 외로운 노인들에게 경로잔치를 열어 드리는 등의 활발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며칠 전 제 1대와 2대 회장의 이취임식이 있었다.
이들에게 무언가 좋은 말을 해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책상에 앉아 이런 저런 궁리를 하다가 좋은 구절이 생각났고, 정리된 내용을 간단히 학생들에게 말해 주면서 문득 나 자신에게도 느끼는 바가 많았기에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러분들이 추구하는 여러 가지의 목표 중에서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봉사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봉사란 것이 거창하고 역사에 남는 특별한 활동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먹고, 자고, 생활하는 일상의 한 분야라는 것을 깨달을 기회를 여러분들이 갖게 되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봉사란 결국은 자신을 위한 일이고, 남들이 모르는 내 가슴속에 즐거움을 갖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자신에게 활력을 주고, 내가 남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확인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뿌듯한 것인지는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여러분들이 그런 기회를 갖게 됨으로써 여러분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학문이나 취업의 기회에서도 남보다 한 발 앞서 나가는 경쟁력을 갖게될 것입니다.
예를 한 번 들어 보겠습니다.
자식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그렇다고 국가에서도 그리 큰 도움을 못받는 독거노인이 있다고 칩시다. 우리가 그 분의 생활을 도와드린다면 어떤 일을 할까요? 밥과 반찬을 만들어 드릴 수도 있고, 사는 집을 고쳐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발과 목욕을 시켜드리는 사람도 있고, 말동무를 해드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그런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면 그 노인에게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그 분들과 대화하면서 자신들의 부모님을 생각하게 되지요.
그러면서 부모에게 불효한 일은 없는지, 다음에 부모님을 뵈었을 때 어떤 말씀을 드리면 그분들이 좋아하실지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될 겁니다. 나이를 먹은 사람은 자신의 노후까지 생각을 하겠지요. 여러분은 효자가 될 기회와 자신의 미래를 설계해볼 기회를 갖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가 봉사받는 사람이 아니라 계속 누군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할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이 미치면 삶의 목표가 하나 더 생기는 겁니다. 목표가 생기면 같은 공부를 해도, 같은 체력단련을 해도 즐겁습니다.
여러분들은 남을 배려하면서 결국은 자신의 장래에도 도움이 되는, 그야말로 win-win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를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 남을 위해 무언가 좋을 일을 해보겠다는 것은 바로 자신을 위하는 일인 것이다.
남을 돕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더 열심히 일을 해서 경제적, 시간적 여유를 만들어야 하고, 그들을 도와주면서 내 마음 속에 자신감과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꼈다면 그것으로 나는 한층 더 성숙하고 발전된 모습을 갖게 되는 것이다.
예수님도 '오른손이 한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셨고, 부처님도 '남을 도와주었으면 그 도움이 이루어진 즉시 도와주었다는 마음속의 기억 자체를 잊어버리라'고 설파하셨다.
불경기가 극심하고, 더욱이 우리 금산에서는 인삼과 약초의 경기가 침체되어 있어 모두들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기 때문에 작은 정성을 조금씩이라도 모아 우리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함께 노력해서 조금씩 살기 좋은 금산사회를 만들어 보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한 마디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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