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구채구(九寨溝).
물이 맑아 동화의 세계라 표현하기도 하고, 천혜의 자연이 물과 함께 어울어져 아름답기로 소문난곳.늘 가보고 싶은 동경의 대상이였지만 가는길이 그리 만만치 않아 머뭇거렸는데인근 청주공항에서 출발하는 성도,구채구 전세기편이 한정 여행상품으로 판매되여 몇몇 지인이 부부동반하여 4박6일 일정으로 잠시 다녀 왔다.
구채구 가는 길은 쉽지않았다.성도 국제공항에서 내려 일박후 새벽, 버스에 몸을 실었다.
가야 할 길이 470Km, 버스로 대략 8시간이상 걸린단다.항공편 이용상품도 있었지만 이동중의 절경과 대자연 모습,중국인들의 삶의 흔적들을 보고자 우린 버스이동을 택했다. 비용도 조금 저렴하고----. 버스는 요란스럽게 달렸다, 크락숀을 시도 때도 없이 "빵~빵~" 거리며 왕복 2차선의 도로 중앙선을 넘나들며 아슬,아슬하게 잘도 추월하며 달렸다. 교통법규는 염두에도 없었다.조선족 가이드는 크락숀을 나팔소리가 아닌 나발이라 발음하여 얼마나 웃었던지~~~~.
구채구는 사천성(四川省.쓰찬성)내에 있다. 면적으로는 중국에서 3번째,인구로는 5번째 라는 가이드 설명.2008년 발생한 중국 대지진으로 23만명이 사망하고 8천여명이 행방 불명된 곳이 이곳 사천성이란다.
우린 지금 그 중심부를 지나고 있다. 곳곳에 산사태가 나서 도로를 삼켜버렸다.그리고 교량은 내려앉고 부러져 공사가 한창이였다. 공사중인 고속도로는 2년후 완공 예정이란다.
무너진 주택은 깔끔하게 새집으로 변해있었다.
정부 보조금을 받아 지은집엔 하나같이 옥상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펄럭이고 있었는데 대부분이였다.
아니 거의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중앙정부의 대대적 지원아래 대지진의 깊은 상처는 아물어 가고 있었다. 파괴는 또 다른 새로움을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오는 길에 확인한 것이지만 5층규모의 아파트가 무너진 상태로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새로 신축된 아파트가 있었는데 무너진 아파트를 그냥둔것은 기념비적으로 남겨둔 것이라는 가이드 설명이있었다.
버스는 굴곡진 도로를 잘도 달린다.깡 마른 젊은 기사가 용기도 좋고 겁도 없나보다.
가도 가도 산이요, 그 사이사이 계곡에 흐르는것은 회색 빛 강물뿐이다.산자락 따라 강 언덕 따라 도로는 이어지고 수시 터널과 계곡을 곡예 비행하듯 버스는 오른다.기사의 자신감을 믿어서 일까?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단지 체크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안전벨트는 꼭 챙겼다.
산도 험하니 자연 계곡은 깊었다. 흐르는 강물은 점점 넓어지고 물 흐름은 거칠고 빨라졌다.
마을과 마을 사이는 멀었다.공장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고 모두가 농경지대뿐이다.차는 점점 고도를 올리며 달린다.
고산반응에 익숙해져가는 과정이란다.황룡 풍경구와 구채구는 해발 3,500~4,100M 지점이라 고산적응이 필수란다.
몇년전 KBS에서 방영된 다큐 "차마 고도"의 흔적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단다.쥐와 새만 다닐 수 있다는 차마고도.감명깊게 본 다큐 시리즈였는데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보니 감회가 새롭다.
차는 멈춤없이 달린다. 때론 막혀서 어쩔수없이 천천히,길이 트이면 고속으로 달린다.
중국 시골길엔 무인 카메라도 없는 걸까?
버스는 가끔 가수(加水),즉 물을 보충하기위해 정차할 뿐이다. 도로 높,낮이가 심해 자주 밟는 브레이크를 식혀 주기위해 물을 뿌려주는 장치란다, 우리나라 버스엔 가수 장치가 없는데---.
중간에 점심을 먹고 별 휴식시간없이 버스는 그렇게 달려 오후 2시반쯤 황룡 풍경구에 도착했다.
꼭 8시간이 걸렸나 보다.
버스에서 오랜만에 내려 황룡 풍경구 관광에 나섰다.오르는 길은 경사진 케이블카를 이용한다.
처음 접하는 고산지대에, 새벽부터 버스에 시달린 여행객이라 휴대용 산소통을 하나씩 받았다.
해발 4,000m지점.처음으로 접하는 고산지대,머리가 우선 띵~하고 걸음거리가 늦다.속이 울렁거리고 힘이 쭈욱~~ 빠지는 기분이든다.
그렇다고 여행을 멈추고 싶지는 않았다.이끼 풍성한 산림지대를 지나 에메랄드 빛과 다양한 물 색갈이 주는 아름다움에 매료되여 잠시 고산의 고통도 잊어버렸다.석회암이 자유분방하게 만들어낸 계단식 연못(?).그사이 사이 흐르는 물줄기.기이한 풍경을 만들었다, 하지만 갈수기였는지 수량(水量)은 많지 않아 곳곳에 말라버린 작은 웅덩이가 많았다.
구채구에 대한 기대감이 상실됨을 느끼고 있을떄 가이드가 한마디 한다. 이곳은 구채구가 아니란다.
구채구 여행은 내일이란다.아직 이곳엔 한국인 관광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이 주를 이루고 가끔 일본인과 서양인들이 보일 뿐이다.타박,타박, 고소 적응이 덜 되여 천천히 내려오는길. 주차장에 도착하니 좀 나아진 기분이다. 이곳에서 구채구 까지는 버스로 3시간 더 이동해야 한단다.
이동하는 길목 산자락과 들판에 검은 색갈의 야크가 무리지어 풀을 뜬는 모습이 자주보인다.
고산지대에 사는 야크,짐도 나르고, 고기도 먹고,털은 유용하게 직물로 활용하고,배설물은 건조후 땔감으로 쓰고,뿔은 각종 장식품으로---.버릴게 없는 고산지대의 효자 동물이랄까?.야크의 보유 마리수가 농장주의 부를 상징한단다.
버스가 구채구에 가까워 질수록 테레비에서 자주 보았던 티벳문화와 풍습이 눈에 자주 들어온다.
우선 그들이 타르쵸라 부르는 5색의 깃발이 사원이나 집 주변에서 펄럭이고 있다.
타르쵸가 날리는 소리를 일컬어 티베트에서는 바람이 경전을 읽고 가는 소리라 한단다.
고지대라 낮은 기압으로 모든 물건들이 팽창해서 방금 터질듯 빵빵 해졌다.
지참해간 일회용 봉지 커피믹스도 빵빵하다.게다가 썬 크림은 견디지 못하고 튜브가 터져버렸다.
고산임을 실감하는 순간이다.높은 산위에는 만년설이 하얗게 쌓였다.돌아가는 산정상 언덕 휴게소엔 누군가 예쁘게 작은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고 목에 타르쵸를 둘러주었다.여름,겨울이 공존하는 기후다.
해는 서산에 저물어가고 새벽부터 움직인 여로에 몸은 피로감에 빠져 들었다.
저녁 식사후 여행상품에 포함되여 있는 발 맛사지 집으로 이동해 시원하게 발의 피로를 풀자 몸은 다시 활력을 찾아간다.
내일 만나게 될 구채구의 아름다움을 상상하며 고산에서의 밤은 깊어만 간다.[계속]
최한용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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