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날 새벽, 내 고향 충주로 향한다.
이젠 명절에도 고향가는 날이 바뀌어졌다, 부모님 살아생전엔 언제나 그 전날 오전에 고향으로 향했지만 이젠 당일날 새벽에 간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기도 하지만 형님댁에도 며느리,손자들이 있어 나름대로의 가족생활이 있기때문이다, 일찍 오지말라는 말씀은 물론 없으셨지만 당일 가는편이 불편함을 덜어드리는것 같아 내가 결정한 사항이다.
도로확장과 자동차 문화에 편승되여 당일 움직여도 2시간이면 도착하는 고향이기에 불편함은 전혀없다. 단지 제사 음식은 사전에 서로 연락하여 형제간에 분담하여 준비해 간다.
고향으로 향하는 길,
자주 다니고 있지만 고향가는 길은 늘 마음이 편하고 가슴이 설렌다.내가 태어나고 어린시절을 보낸 그리움이 남아있기 때문이리라.새벽길에도 차가 많다, 밀리지않을 정도였지만 도로를 꽉메워 달리는 자동차 행렬, 모두가 나처럼 새벽에 이동하는 것일까?
고향에 차는 도착하고 언제나 변함없는 동구밖 정자나무가 나를 반긴다.저 나무도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꼬맹이시절, 정자나무에 오르고 가지를 흔들며~~ 못살게 굴기도 많이했었는데---.지금은 장엄한 모습으로 성장했고 그늘의 면적을 많이도 키웠다.
그 아래 놓여진 빈 의자의 이슬만이아침임을 알려준다. 여름날 한낮이면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부채 하나씩 가지시고 의자에 앉아 혹시나~하고 찾아 올 아들들을 기다리며 소일 하시는 곳.정자나무는 마을의 역사를 나름대로 기록하고 있으리라.
정자나무를 지나면 마을에 진입한다.
어릴적엔 연못이 있었는데 지금은 관계시설이 완공되면서 남한강 물을 잠시 머물게 하는 소류지로 바뀌었다.여름이면 아이들이 발가벗고 미역감던 저수지,이젠 그 흔적만이 남았고 갈대와 버드나무 숲이 무성하게 자랐다.이젠 고향의 농촌모습도 많이 변했다.온난화 영향일까? 밭에는 전에 없었던 인삼재배 단지가 되어버렸고 경사진 산자락엔 사과,배,복숭아~~등 과수나무가 심겨졌다.
보리심고 콩 심었던 밭이였는데 지금 보리는 구경하기도 힘든단다.집집마다 몇개씩있던 지게는 사라졌고 경운기가 그 몫을 대신한지 오래되였다.과수나무밭에선 새를 쫓기위한 종소리, 총포소리가 자동으로 세팅되여 정기적으로 울려댄다. 하지만 설치초기에는 효과가 있었는데 반복되는 울림에 새들도 익숙해져 별 효과가 없단다. 익숙함에 새들도 공포가 사라졌나 보다.
작은 시골마당에 차가 가득하다. 서울,수원,대전,음성등 모두가 새벽에 달려온 차들이다.
차례를 지내고 성묘 가는 길,
가을 햇살이 포근히 내린다. 들녁은 누런 황금물결이다. 아직 추수가 시작되기전의 들녁은 평화롭고 아름답다, 몇번 대형 대풍이 지나갔지만 이곳 충주는 내륙의 중심지여서 일까? 피해가 별로 없단다.
단지 봄철 가뭄때문에 밭농사가 힘들긴 했지만 벼농사는 풍년이란다.한무리 참새떼가 지나는 차소리에 후루르~~후륵~날아 오른다.아직 채 여물지않은 벼를 시식이라도 하는 가보다.어릴적엔 참새떼가 참 많아 가을이면 새쫓는 일이 우리 어린얘들의 일이였는데----.지금은 당시에 비하면 많은편은 아니란다.
농촌은 언제나 평화롭다 못해 적막하다.들려오는 건 바람소리뿐이다.어느집 작은 마당엔 빨간 고추가 멍석에 널려졌고 그위를 한들~ 한들~ 고추잠자리 여유롭게 날고있다.여름내 붉은 꽃을 피웠던 목 백일홍은 아직도 그 빛을 남겨 두었지만, 천일홍 붉은꽃은 들국화에 밀려날 차례인가 이제 그 빛을 잃어간다.
산소에 도착했다. 2주전 마친 벌초덕분에 깔끔해진 부모님 산소주변. 못 보던 제비꽃이 푸른 새싹을 철도 모르고 밀어올렸다.열매맺기도 어려울텐데???.봄으로 착각(?) 한것은 아닐까? 준비해간 흰 국화 화분 2개를 봉분옆에 호미로 파서심고 물을 주었다.며칠만이라고 하얗게 국화꽃을 피워주리라.어머님이 꽃을 무척이나 좋아하셨기에. 산소주변에 야생 밤나무가 몇 그루있다, 주변을 살펴보니 떨어진 밤알이 딩굴고 있어 여럿이 주워보니 작은 비닐봉지의 반을 채웠다, 관리되않은 밤나무라 알은 작았지만 틈실하게 영글었다.맛도 좋다.
연락이 왔다, 제천에 계시는 누님께서도 이곳를 향해 오시고 계시단다. 산소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햇살맑은 가을날의 쾌청함속에 준비해간 음식으로 점심을 대신했다,명절은 이래서 반가운것 아닐까? 평상시 바쁜 각자의 생활때문에 서로 만나기 어려운 가족들을 불러 모을 수 있으니까.
살기는 좋아졌고 풍요로워진것은 사실이지만 가족간의 정은 옛날같지 못한것 같다.바쁨이라는 핑계가 있긴하지만 각박해진 삶에서 직계가 아니면 이제 점점 멀어지는게 사실이다.친척보다 이웃사촌이 더 낫다는 얘기가 거짓이 아니다.이제 옛날처럼 대 가족제도권이 아닌 핵가족화되여 어쩔 수 없다지만 마음 한구석은 늘 허전함이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다시 돌아와 옛 그리움의 동네길을 걸어본다.
모두가 도심으로 떠난 산골마을. 마을은 이제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지키고 계셨다.
새로 신축한 집도없고,늘어난 가구도 없고,대신 남겨져 폐허된 집만이 늘어간다.길가의 코스모스는 옛처럼 피어 바람에 하늘~하늘~거리고 있건만 아이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뒤산도 오르기 힘든다, 오가는 사람이 없으니 옛 길도 산이 되여버렸다.
나무하고 버섯따고,도토리줍던 그런 산이였는데----.이젠 멧돼지와 야생동물들의 본거지가 되여버렸단다.무성하게 자란 초목들이 경쟁하듯 얼키고 설켜 스스로 살아간다.
그래도 고향은 좋다, 따뜻함이 남아있다.내가 뛰놀던 그 흙이 그대로 남아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내 발자국 흔적은 지워져 있었지만 훈훈한 정은 그대로 남아 나를 기쁘게 해주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니 오,가는 기회가 줄어들긴했지만 2시간이면 달려 갈 수 있기에 내 고향은 언제나 아름다운 추억과 그리움이 남아있는 곳이다.늘 그리움으로 남겨질 고향이라는 단어. 차 트렁크에는 형수님이 잔뜩 농산물을 실어 놓으셨다.
쌀, 배,사과,밤, 청양고추,고추가루,호박잎,배추,호박,들깨잎까지---, 도시에선 모두가 돈으로 사먹어야 한다고 하시면서~~~~.정이 듬뿍 담긴 농산물, 잘 먹겠습니다.
최한용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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