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일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김평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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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평호 원장 금산제일정신건강의학과 |
노벨상 수상자이자 의식을 연구한 에델만은 사회적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하는 생물학적 시스템은 어느 것이나 기억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가 기억을 잘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건망증이 심해져서 고생해보거나 주위에 치매에 걸린 환자분들을 모시는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오늘은 기억에 관해 말씀을 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억에 관해 자세히 밝혀지게 된 아주 유명한 뇌과학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H.M이라는 영어 대문자 약칭으로 더 유명한 헨리 모르슨 사례입니다. 이 환자분은 어릴 적부터 약물로 치료할 수 없는 아주 난치성 간질 발작으로 고생한 환자분입니다.
이 환자를 담당했던 신경외과 의사는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해마라는 부위를 수술로 절제하기로 결정합니다. 지금이야 해마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이 사례를 통해 밝혀지게 되어 이 수술을 할 때에는 한쪽 해마만 절제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사실을 몰라 양측 해마를 모두 절제합니다.
수술은 다행히 잘 되어 간질 발작은 사라졌지만 환자분은 아주 특이한 현상을 보입니다. 바로 기억력 상실입니다. 담당했던 의사를 매일 보는데도 불구하고 환자는 의사를 알아보지 못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행동하고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죽을 때까지 자신이 늙어가는 모습을 거울에서 보게 되면 누구지 하고 놀라며 당황했다고 합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뇌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임상적 실험을 해보고 기억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기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서술적 기억입니다. 이는 명시적 기억이라고도 합니다. 우리가 말로 설명하면서 기억을 회상할 수 있는 것들을 서술적 기억이라고 합니다. 다른 기억은 비서술적 기억입니다. 이는 암묵적 기억이라고도 하며, 우리가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우리 몸이 기억한다거나 감정적으로 활성화되는 기억을 말합니다. 헨리 모르슨은 양측 해마가 절제되어 서술적 기억을 상실했지만, 비서술적 기억은 온전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우리가 아픈 기억이라고 하면 어떤 기억일까요? 물론 아픈 기억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 모두를 포함합니다. 심리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큰 상처를 겪게 되면 이는 서술적 기억과 비서술적 기억 모두에 저장이 됩니다. 하지만 서술적 기억과 비서술적 기억이 통합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서적으로 힘든 일이 내가 감당하기에 너무 크게 다가오면 우리는 방어적으로 서술적 기억은 잘 형성하지 못하거나 심리적으로 억압을 하게 됩니다. 반면 정서적인 비서술적 기억은 제대로 작동하여 비슷한 상황과 맥락에서 감정적인 욕동을 불러일으킵니다.
심리적인 치료는 대부분 비서술적인 기억을 다룹니다. 상처받았던 기억이 정서 기억으로 남아서 시도 때도 없이 우리를 괴롭게 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게 바로 심리 치료입니다. 과거에는 한 번 형성된 정서적인 기억을 지울 수 없다는 게 일관된 사실이었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밝혀진 사실은 정서적인 기억을 재공고화라는 과정을 통해 지울 수 있다는 게 이제 정설이 되었습니다.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그 기억과 완전 반대인 기억을 같이 회상하게 되면 예전 기억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 바로 재공고화라고 불리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심리적인 상처를 억압하고 억제하며 떠올리기를 거부합니다. 이유는 괴롭게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서적인 기억을 지속적으로 남아 우리를 괴롭힙니다. 이를 치유할 수 있는 새로운 뇌과학적 방법, 심리치료 기법이 활발히 연구되고 개발되고 있습니다.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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