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에게는 한국말 못 하는 사람보다 영어 모르는 사람이 더 괄시받는 모양이다. 그만큼 유치원 시절부터 원어민 교사에게 교육 받고, 대학 가면 으레 몇 달 정도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외국에 나가야 정상적인 코스로 인정받을 정도로 젊은이들에게는 외국어, 특히 영어 공부가 대세인 것 같다.
우리 말도 잘 못하는 아이들이 많고,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다 보니 국적 불명의 한국말이 판을 세상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한국말이나 잘 할 것이지’ 하는 핀잔을 들어도 별로 할 말이 없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젊은이들은 외국어에 목을 맨다.
그리고 들어간 노력과 비용에 비해 좋은 효과를 거두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외국어, 특히 영어에 관해서는 차별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영어 조금만 하면 외국인 회사에 취직하기도 했고, 해방 직후에는 영어 조금 하는 것만으로 출세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희소가치가 있었다. 그렇지만 요즘의 젊은이들은 특출난 대접을 받기 위해 영어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영어 공부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더 많다.
우리가 외국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물론 외국인과 대화하고 소통하기 위한 것이지만 또 하나의 이유는 외국의 문물을 남보다 더 빨리 받아들이기 위한 방책이 그 나라의 언어와 글을 깨치는 것이다.
아무리 세계화, 국제화된 세상이라고 하지만 외국어를 유창하게 해야만 사업을 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외국인과 소통하기 위한 외국어 공부를 누구나 열심히 한다는 것은 낭비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외국의 문물을 빨리 받아들이기 위한 이유의 외국어 공부는 누구나 자신의 분야에서 두드러지려면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이다. 빠르고 정확한 정보 습득이야말로 자기 계발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근대화 이전부터 몇몇 선각자들이 외국어로 된 책을 일본어로 번역하는데 앞장 섰고, 그것이 메이지 유신을 비롯한 일본의 근대화에 튼튼한 초석이 되었다. 일본은 아직까지도 외국 서적 번역에 관한 한 세계 제일의 자리를 지키고 있고, 지금은 중국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이처럼 외국어 습득을 통한 자기계발은 대단히 큰 힘을 갖는다.
외국에서 신상품이 개발되었는데, 그것을 모방할 필요가 있든가 혹은 경쟁품목으로서 싸워야 되는 물건이라면 하다못해 그 제품 설명서만이라도 빨리 해독해야 할 것 아닌가.
이런 점에서 삼동이 홍보대사 학생들이 우리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영어, 혹은 다른 외국어로 번역한 자료를 만들고, 그 자료를 공부하고, 또 홍보하는 것은 외국어와 우리 문화를 빨리 체득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삼동이 홍보대사의 두 번째 의의 -
외국인들과 금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어린 학생들이 금산의 문화와 역사를 설명하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교육적 견지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본래 전투 중의 전력을 분석할 때 공격하려면 수비하는 조직보다 세 배 정도의 병력과 화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가르치는 사람은 배우는 사람보다 세 배 정도는 더 알고 있어야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것도 정설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배우기만 하는 수동적인 학습만 받다가 가르치는 편에 서서 겪어 보면 그동안 자신이 어떻게 공부해 왔고, 또 앞으로 어떤 자세로 공부를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 통찰력이 생길 수 있다. 외국인과 방문객들에게 지역문화를 설명하면서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얘기하고 안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깨우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안내도 하나의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갖고 있고, 또 얼마나 인내심을 갖고 자신들을 대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마저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다.
-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가르친다는 것 -
역사가 생긴 이래 금산은 언제나 변방이었다. 삼한시대부터 삼국시대를 거쳐 신라와 고려, 조선을 지나오는 동안 역사의 중심이었던 적이 없다. 그렇지만 중요한 역사적 사건에 금산이 개입되는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다.
첫 번째 큰 사건은 백제의 멸망과 관련된 것이다. 김유신의 신라군이 황산벌에서 계백장군과 한 판 붙기 위해 지나간 지역이 금산이다. 금산문화원에서는 백제의 마지막 충신 성충이 간언했다고 전해지는 ‘탄현’이 금산에 위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번째 큰 사건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임진왜란과 칠백의총 얘기이다. 부산에 상륙해서 신립 장군의 관군을 격파하고 파죽지세로 한양을 향해 달려가던 왜군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금산으로 달려든 것이다. 칠백의사의 고귀한 희생을 바탕으로 육상전투로는 임진왜란 최초의 승리를 거둔 이치대첩이 가능했다는 빛나는 역사를 금산은 갖고 있다.
세 번째 큰 사건은 동학혁명이다. 금산이 동학혁명 최초의 기포지라는 것은 여러 학자들의 공통된 주장이었고, 이제는 역사적 사실로 굳어졌다.
이 세 사건의 공통점은 금산이 교통의 요지였다는 것이다. 영남과 호남을 왕래할 때 달구지로 물건을 나르고 대규모의 부대가 이동하려면 영동에서 제원을 지나 진산으로 넘어가는 길이 가장 좋은 통로였다. 김유신의 군대도 그래서 이 길을 지났을 것이고, 왜놈들도 호남평야에서 군량을 확보하기 위해 갑자기 금산으로 들어온 것이다.
동학혁명이 가능하게 한 정보전달에는 아마도 보부상들의 역할이 컸을 것이다. 이들이 전해주는 정보로 제원 뜰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이들이 동학혁명의 불을 지폈을 것이다. 송철, 김용중, 임영신, 유진산으로 대표되는 불세출의 영웅들이 미국으로, 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날 수 있었던 것도 교통의 요충지이기에 최신 정보의 습득이 가능했기 때문일 것이다.
철도가 놓이고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금산이 교통의 요충지였던 시절은 사라졌다. 사람들은 떠나고 인물도 변변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제 고속도로 시대가 금산에도 열렸다. 다시 소통과 정보교환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금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어른이 될 때쯤이면 다시 금산에도 속속 인물이 나올 것이고 불세출의 영웅도 몇 명 탄생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자라는 아이들이 금산을 위해서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래서 교육계도, 군청도, 지역 주민들도 모두 아이들의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이제 곧 금산에 교육을 통한 르네상스가 도래할 것을 기대한다.
이제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는 삼동이 홍보대사들의 초롱한 눈망울을 보면서 금산의 밝은 미래도 함께 보았다.
김호택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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